R&D 예산 확 자르더니…총선 임박하자 “내년 역대 최고 편성”
수습 나선 대통령실 “증액”
야 “애초에 왜 줄였나” 비판
대통령실이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편성하겠다고 3일 밝혔다. 올해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내년에는 역대 최고로 증액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야당은 “이럴 것이면 왜 뭉텅이 삭감을 했느냐”고 비판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하며 “정부 R&D 지원 방식의 개혁을 완수해 나가면서 동시에 내년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일각에서 말하는 ‘복원’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우리나라 R&D가 기존에 달리던 트랙이 아닌 새로운 고속 선로로 바꿔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삭감한 R&D 분야를 그대로 되살리는 게 아니라 지원방식 ‘개혁’을 통해 확대된 예산을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밝힌 내년도 R&D 투자 방향은 크게 네 줄기다. R&D 예비타당성조사 개선 등을 통한 적시 지원, 평가자 마일리지 제도 도입 등 제도 정비와 정보공개 강화, 부처·연구기관 벽 허물기, ‘퍼스트 무버’ 체계로의 전환 등이다.
R&D 예산은 지난해 6월 말 윤 대통령이 “나눠먹기식·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뒤 대대적 삭감이 진행됐다.
이후 정부는 2024년 R&D 예산을 전년보다 5조2000억원(16.6%) 삭감한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33년 만에 R&D 예산이 삭감되며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확산했다. 국회는 정부안에서 6000억원 증액한 예산을 지난해 12월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논란 확산 뒤 ‘재임 중 R&D 예산을 많이 늘릴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며 수습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R&D 예산 삭감은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박 수석은 “R&D다운 R&D로 거듭나는 것이 정부 R&D 예산 증액을 위한 전제였다”면서 “그 과정에 연구 현장에서 여러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계신 연구자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연희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논평에서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예산 증액을 발표하는 저의가 무엇이냐”며 “R&D 현장을 멈춰 세워놓고 다시 복구하겠다니 국민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나”라고 비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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