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폭격당해 보복 공언한 이란 "고를 카드가 마땅치 않네..."
"중동 주둔 미군 직접 공격 가능성은 낮아"
이스라엘 '국제사회 고립' 활용 선택지도
중동 불안 최고조… 미 "상황 면밀 주시"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을 공격당한 이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을 천명했지만 막상 바로 쓸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자니 미국 등과의 확전이 불가피한데, 극단적 상황은 이란이 피하려 한다는 분석이 다수다.
물론 이란 본토 공격이나 다름없는 외교 공관 폭격을 당한 이상 이란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에 나서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동 정세가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확전 피해 직접 보복 대신 '저항의 축' 동원 유력
미국 CNN방송은 2일(현지시간) 영사관 폭격을 당한 이란의 보복 카드로 △'저항의 축'(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진영)을 동원한 이스라엘 공격 △중동 주둔 미군 타격 △해외 소재 이스라엘 자산 겨냥 테러 등이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직접적 군사 대응을 아예 배제하는 선택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면전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천㎞ 떨어진 이스라엘을 이란이 직접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도 곁들였다.
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카드는 역시 저항의 축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대응으로, 그나마 확전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보복을 가할 수 있는 방안이다. 연일 레바논 국경 너머로 이스라엘과 미사일·로켓을 주고받고 있는 친(親)이란 이슬람 시아파 무장 단체 헤즈볼라나 홍해 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② 다음 카드는 중동 주둔 미군 공격이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가 지난 1월 벌인 공습으로 현지 주둔 미군 3명이 사망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보복도 아니면서, 되레 미국과 정면 대결을 선포하는 꼴이어서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은 영사관 폭격 직후 선제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낸 터라 이란으로서는 공격 명분도 부족하다.
③ 해외 이스라엘 외교 공관 등을 공격하는 선택지도 거론된다. 과거 이란은 사망자 29명을 낸 1992년 아르헨티나 주재 이스라엘대사관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적도 있다. 하지만 1일 시리아 영사관 공습으로 '외교 공관 공격'이라는 국제 사회의 금기를 건드린 이스라엘이 고립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란이 굳이 같은 방식의 보복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보복은 불가피… 방식이 문제
④ 이란이 무력 보복을 배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기서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들어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군을 공격한 것은 이번 영사관 공습까지 벌써 네 번째고,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시작한 이후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관계자들은 최소 17명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건드린 게 처음이 아니라는 의미다. CNN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테헤란의 반응은 맹렬한 수사에 국한돼 있었지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국장은 "이란은 가자지구 전쟁으로 조성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 여론을 충분히 이용해 이스라엘을 고립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란은 사이버 공격, 중동 내 대리 세력을 이용한 저강도 군사 도발, 외교 공세 등 다수의 카드를 동시다발적으로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 중동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자국 영사관을 공격받은 만큼 이란으로선 대응을 안 할 수 없다는 게 일반의 시각이다.
실제 영사관 폭격 직후 시리아 남동부에 주둔하는 미군 기지에 드론 공격이 가해졌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공격 주체 등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 국방부 소식통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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