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남 제안’·정부 ‘유화 손짓’에도…전공의 ‘묵묵부답’
정부 “정책 열려 있다” 태도 연일 강조…증원 규모 논의 외면
당국, 보건소 비대면 진료 허용…국립대 의대 교수 증원 밝혀
윤석열 대통령이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만남을 제안한 것에 관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부와 전공의 측 간 물밑 접촉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대화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 담화 이후 ‘2000명 증원’이라는 숫자보다는 “열려 있다”는 태도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다.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조건, 형식의 구애 없이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제시한다면 정부는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박 차관은 브리핑에서 의료사고 시 의료진 사법 부담 완화, 필수의료 재정 지원 강화 등 ‘의료개혁’의 내용 중에서 의료계 지원책을 강조해 발표했다.
의협, 의대 교수 등 의료계 역시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주 우리 비대위에서 제안했던 대통령과 전공의의 직접 만남을 진행해주겠다는 건 환영할 일”이라며 “하지만 어렵게 성사되는 만남이 의미 있는 만남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 또한 확고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지난 2일 “윤 대통령은 의료계 단체들이 많지만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지난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료계와의 증원 규모 논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전공의들과의 만남을 공개 제안한 것이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지난주에 ‘결자해지’라는 단어를 쓰며 대통령과 전공의 간 직접 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게 현실화했기 때문에 환영한다는 것”이라며 “그 내용에선 대통령도 주제나 내용의 제한 없이 만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쪽에서도 어떤 제한을 걸고 대화를 하진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도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 의대 등 20개 의대의 교수 비대위가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대통령과 전공의 만남에 대한 제언’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내고 “대통령실에서 대통령과 전공의의 대화를 제안한 것에 원칙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무조건 만나자고 하면 대화 제의의 진정성이 없다.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조건을 먼저 제안해달라”고 했다.
당사자인 전공의가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현재까지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의협 측도 전공의들의 입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들 입장은 저희가 직접 전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전공의들이 명확하게 제한을 걸고 (대통령을) 만날지 말지도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2027년까지 국립대 의대 전임교수 1000명을 늘리겠다는 계획에 따라 내년도 각 대학 교수 증원 배정 절차도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8일까지 대학별로 내년도 의대 교수 증원 수요조사를 진행한다. 박 차관은 “의대 교수 채용에 수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각 대학이 내년 1월, 늦어도 2월까지 채용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대학별 교수 정원 증원 규모를 가배정하고 사전에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료 현장에서 격무에 시달려온 의대 교수들은 당국에 수련병원의 근로감독을 강화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고용노동부에 공문을 보내 “수련병원 교수들의 급격한 업무 증가로 피로도 증가 및 소진, 과로에 의한 사망사고 등이 발생하고 환자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며 “과로로 내몰리고 있는 교수들의 장시간 근무, 36시간 연속 근무 등 위반사항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보건소 246곳, 보건지소 1341곳에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경증질환자는 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의 비대면 진료를 통해 상담과 진단, 처방 등을 받을 수 있다.
민서영·김향미 기자 min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규 인턴 96% 임용등록 안 해…“전공의 5년 이상 공백” 전망
- 중국 열광시킨 ‘수학천재’ 소녀 씁쓸한 결말
- 한양대 교수 51명 “윤 대통령 즉각 퇴진”…대학가 시국선언 거세진다
- [종합] 과즙세연♥김하온 열애설에 분노 폭발? “16억 태우고 칼 차단” 울분
- 수개월 연락 끊긴 세입자…집 열어보니 파충류 사체 수십여 구가
- 율희, ‘성매매 의혹’ 전 남편 최민환에 양육권·위자료 등 청구
- 추경호 “대통령실 다녀왔다···일찍 하시라 건의해 대통령 회견 결심”
- 버스기사가 심폐소생술로 의식잃고 쓰러진 승객 구출
- 시진핑 아버지 시중쉰 주인공 TV 사극 중국에서 첫 방영
- 김민석,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예고에 “정상적 반응 기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