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무죄래요."‥제주의 그날 아버지 묘비 찾은 딸
[뉴스데스크]
◀ 앵커 ▶
제주 4·3 사건 피해자들의 재심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여전히 명예회복을 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빨갱이'라는 낙인을 피해 가족관계까지 숨겨야 했던 제주의 오랜 상처는, 재심과 명예회복에 다시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김상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다시 찾아온 제주의 그 날.
딸은 아버지 묘비 앞에 섰습니다.
유해가 없어 비석만 세운 빈 무덤입니다.
[정영순 (74세)/4·3 희생자 유족] "무죄를 받아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이제라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게 너무 감사합니다."
딸은 아버지를 본 적이 없습니다.
1949년 아버지는, 아내 뱃속에 딸이 생긴지도 모른 채 사라졌습니다.
[정영순 (74세)/4·3 희생자 유족] "호적을 떼어 보니까 큰 아버지 밑으로 있어요. 내가‥이제 지금까지 살았는데‥"
칠순이 넘어서야 딸은 아버지가 왜 사라졌는지 법정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군인들이 아버지를 끌고가, 간첩이라며 마포형무소에 가뒀고, 이후 한국전쟁 난리통에 아버지가 행방불명됐다는 겁니다.
74년 만에 재심, 아버지는 무죄였습니다.
[정영순 (74세) /4·3 희생자 유족 (작년 9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게 가장 원이 됩니다. 그 이상 더 원이 없겠습니다."
이곳 행방불명 희생자 묘비석에는 '1950년 6월 하순경 경인지역에서 행불' 이렇게만 써 있습니다.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희생됐는지, 그 유해조차 찾기 힘든 희생자는 4천여 명에 이릅니다.
수천·수만 명의 70년 곪은 상처.
검사 3명이 재심 청구에 매달리고 있지만, 증거는 드물고 확인은 더딥니다.
[왕선주/검사 (4·3 직권재심 합동수행단)] "(서류에 이름) 한 글자 정도를 다르게, 왜냐하면 이제 연좌제, 나머지 가족들에 대해서 피해가 갈까 봐‥(판결문이) 한자 흘림체로 돼 있어서 어렵고, 그리고 그 자료도 오래됐기 때문에‥"
4·3 당시 유죄 판결을 받은 건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4천3백 명.
군사재판을 받은 2천5백 명은 수형자 명부 등 그나마 자료가 남아있어, 1천7백 명이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습니다.
일반 재판을 받은 1천8백 명은 자료가 없어 겨우 130여 명만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죄가 있다며 몰아세워 죽이고 가뒀던 국가는, 70년 넘어서야 죄가 없었다고 바로잡습니다.
[강건/판사 (작년 4월)] "망인에 대한 기억을 새로 하며, 작은 위로나마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70년 넘게 걸렸는데도, 피해자, 또 유족들은 그래도 고맙다고 말합니다.
[강선희/4·3희생자 유족 (작년 9월)] "75년을 넘도록 아버지라고 한 번도 말해보지도 못하고‥무죄 판결을 내려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송시원/4·3희생자 유족 (작년 11월)] "어머니도 지금 돌아가셨기 때문에 정말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영상취재 : 김준형 / 영상편집 : 조민우 / 영상제공 : 제주MBC / 음악출처 : 윤한 '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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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준형 / 영상편집 : 조민우
김상훈 기자(s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86088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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