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풀고 편히 쉬길”…유족들의 이야기
[KBS 제주] [앵커]
오늘 추념식이 열린 평화공원엔 궂은 날씨에도 많은 4·3유족이 찾아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했는데요.
4·3의 참혹한 기억을 누구보다도 깊이 간직한 유족들의 이야기를 고민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4·3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진 비석 앞에 선 유족들.
비로 젖은 비석을 깨끗이 닦아보기도 하고, 잃어버린 가족을 불러보기도 합니다.
["아버지 이거 우리 아버지. 아이고. 편히 잘 쉬세요."]
4·3 당시 마을 사람들과 함께 토벌대에 끌려가면서, 처참히 학살당한 아버지.
당시 아버지를 잃은 2살 아이는 어느덧 일흔 살 넘은 할머니가 돼 이젠 편히 쉬시길 기도합니다.
[김현숙/4·3희생자 유족/78살 : "자수하면 살려준다고 해서 자수를 해서 조천초등학교에 다 모인 거예요. 그러니까 그 다 모인 사람들을 트럭에 막 실어 가서. 전부 총살해서."]
행방불명인 묘역을 찾은 올해 여든의 오상호 할아버지.
술과 과일을 차려 절을 올리는 비석에 새겨진 이름, 아버지입니다.
대전 골령골에서 학살됐다는 것만 알 뿐, 4살 적 이후 아버지를 영영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2년 전, 4·3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했지만, 그동안 연좌제로 겪어야 했던 설움은 여전히 상처로 남습니다.
[오상호/4·3희생자 유족/80살 : "(아버지) 목숨을 잃어버린 것도 억울한데 거기다가 우리 형님 공무원 시험 합격 됐는데 그걸 불합격시켜 버리고 연좌제 걸려서. 자손까지 이렇게 막 완전히 그냥 멸망시켜 버리고. 늦게나마 무죄 판결 나니까."]
희생된 가족의 영면을 기원하며 눈물로 한과 설움을 풀어낸 유족들.
76년의 세월이 흘러도 계속되는 고통에 유족들은 4·3의 완전한 봄이 오길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고아람
고민주 기자 (think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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