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억만장자’ 테일러 스위프트

김태훈 논설위원 2024. 4. 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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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2일 발표한 올해 억만장자 명단에 미국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포함됐다. ‘오직 노래와 공연 작곡만으로 10억달러를 번 최초의 음악인’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스위프트의 재산은 11억달러(약 1조4800억원)다. 17세이던 2006년 데뷔한 스위프트는 수많은 ‘최초’ 기록을 써왔다. 지난 2월 그래미상 중 최고 영예로 꼽는 ‘올해의 앨범’을 네번째 받으며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최고 인기곡인 ‘핫100′ 에 가장 많은 톱 10 곡을 올린 이도 그녀다. 가수가 자선 등 사회 활동 아닌 노래만으로 시사 주간지 타임지 표지에 오른 것도 그녀가 처음이다.

▶스위프트의 영향력은 경제와 학문까지 뻗고 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미국 투어는 11월까지 티켓 41만장이 팔렸다. 숙박·오락·민간 소비에서 60억달러 GDP 증가 효과를 일으키며 ‘테일러노믹스’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하버드·스탠퍼드 등 명문대들도 ‘예술가와 기업가 정신’ ‘스위프트의 스토리텔링’ 등 강좌를 잇달아 개설했다.

▶인기 비결로 마약이나 성추문 없는 깨끗한 사생활, 삶을 대하는 열정적 태도, 세상에 전하는 선한 메시지 등이 꼽힌다. 스위프트는 러닝머신 위를 6개월 동안 달리며 숨차지 않고 40여 곡을 부르는 게 가능해진 뒤에야 무대에 선다. 성과를 독차지하는 법도 없다. 지난해 미국 투어가 끝난 뒤엔 스태프는 물론이고 공연장마다 짐을 실어나른 트럭 기사들에게 1인당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씩 총 5500만달러 보너스를 지급했다.

▶가수 인생이 끝날 뻔했을 때 그녀가 보여준 용기도 박수를 받았다. 2016년 한 남자 가수가 낸 신곡에서 ‘나는 스위프트와 동침할 자격이 있다’는 가사를 넣고 “스위프트도 가사 내용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스위프트는 1년간 무대에 서지 못했다. 남자 가수의 주장이 허위로 밝혀져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그녀는 ‘남들은 나를 밀어내려 하지만 나를 밀어낼 수 있는 이는 오직 새로운 나일 뿐’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런 스위프트에게 매료되는 것이다.

▶미식축구 선수 트래비스 켈시와 당당히 공개 연애를 하고, 애인이 속한 팀이 우승하자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보란 듯 키스를 나누는 모습은 연애하다 걸리면 사과를 강요당하는 한국 아이돌 풍토를 돌아보게 한다. 스위프트가 올해 초 아시아 투어를 시작하며 한국 공연을 원했지만 7만명 넘게 몰리는 관객을 수용할 공연장이 없어 무산된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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