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에 영향 미치는 것 본 적 없다" 사령탑 격찬! '1525억 슈퍼루키'를 누가 의심했나

안호근 기자 2024. 4. 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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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MLB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9회초 안타를 날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MLB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9회초 안타를 날리고 있다.
빅리그 새내기의 6경기 연속 출루. 1억 1300만 달러(1525억원) 사나이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데뷔 6경기 만에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 NBC스포츠는 3일(한국시간) 열린 LA 다저스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과 취재진간 대화 내용에 대해 전했다.

매체는 "경기 전 밥 멜빈 감독과 기자들과의 경기 전 인터뷰 시간의 거의 대부분은 전날 멀티히트를 날렸던 1번 타잘 이정후에 대해 논의하는 데 소비됐다"며 "멜빈은 신인이 얼마나 침착한지 보고 놀랐다"고 전했다.

멜빈 감독은 "현 시점에서 정후에게 영향을 미치는 어떤 것도 본 적이 없다(I haven't seen anything affect Jung Hoo at this point)"고 말했다.

이날도 경기 전부터 다저스타디움에 많은 한국 팬들이 몰렸다. 래리 베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주도 선수들을 직접 찾아 격려했고 이정후와도 만났다. 적응기도 없이 맹활약하는 슈퍼루키를 껴안으며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운데)가 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MLB 방문경기를 앞두고 에이전스 스캇 보라스(왼쪽)와 만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왼쪽)가 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MLB 방문경기를 앞두고 래리 베어 구단주(오른쪽)의 격려를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고객들이 줄줄이 단기 계약을 맺으며 재미를 보지 못한 스토브리그였지만 이정후 만큼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받아들었다. 1억 1300만 달러는 빅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야수들 중 최고 대우다.

그렇기에 이정후에게 투자한 금액이 거품이 끼어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정후의 장타력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고, 아직은 언어도 낯설고, KBO리그에 비해 빠른 공에 적응해야 하며 왼손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쳐낼 수 있을지 등 너무도 많은 물음표가 달렸다.

단 6경기, 아직은 표본이 적지만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3할을 쳐낸 데 이어 시즌 개막과 함께 의심의 시선을 하나하나 지워가고 있다. 이날도 무안타에 그치고 있던 이정후는 9회초 끝내 안타를 생산하며 6경기 연속 출루 질주를 이어갔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16에서 0.292(24타수 7안타)로 하락했고 출루율과 장타율도 0.368과 0.500에서 각각 0.345, 0.417로 떨어졌다. OPS(출루율+장타율)은 0.762. 1번 타자의 중책을 맡은 타자가 매일 같이 출루를 하고 있다는 건 사령탑을 기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매체는 "이정후의 개막 주말은 하이라이트로 가득했지만 다저스타디움에서 편안하게 보면 조금 다르다"며 "무대는 어떤 스포츠 못지않게 크며 밝은 조명, 리그에서 가장 시끄러운 스피커와 유명 인사들이 플레이트 뒤의 좌석에 자리 잡고 있다. 라인업도 스타 파워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정후가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MLB 방문경기를 앞두고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MLB 방문경기 도중 외야에서 이정후의 키움 히어로즈 시절 유니폼을 들고 응원하는 팬들을 바라보고 있다.
앞서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오프시즌 많은 선수를 영입했으나, 그중 이정후가 이 프랜차이즈를 가장 많이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며 "이정후는 그 야구장(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 파크)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빠르고 콘택트 지향적인 선수다. 야구장(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팀의 점화 플러그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이정후는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고 소개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빅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이정후에게 1번 타자 자리를 맡기겠다면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삼진이 많아진 현대야구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 좋다.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아도 땅볼을 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이정후의 컨택트 능력을 높이사면서 "만약 이정후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충격받을 일"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 매체 야후 스포츠도 이정후를 2024시즌 MLB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스터리 박스로 꼽았다. 미스터리 박스는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상자로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으로 이 매체는 "이정후는 중견수 위치에서 골드글러브도 수상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일각에서는 그의 콘택트 능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위력적일지 의문을 표하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스프링캠프에서 직접 뛰며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고 시범경기에서 타율 0.343, 출루율 0.425, 장타율 0.486, OPS 0.911로 나무랄 데 없었다. 이 과정에서 빠른 공 대처, 선구안, 수비력, 장타력까지 모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해냈다. 심지어 크게 기대치 않았던 주루 플레이 또한 수준급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팻 버렐 코치는 "그는 무언가를 성취하고 하루를 계속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그와 같은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까지 평가했고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칭찬으로 입이 마를 정도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MLB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회말 오타니 쇼헤이의 중견수 뜬공을 잡아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MLB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회말 타구를 잡아 송구하고 있다.
현지의 스카우트들도 이정후의 능력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일 "자이언츠가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에서 다저스와 경쟁할 수 있을까"라는 기사를 게재하며 MLB 스카우트들의 의견을 전했다.

매체는 오프시즌 샌프란시스코가 많은 돈을 투자하며 훨씬 더 야심을 가질 수 있는 구단으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근거 없는 전망은 아니다. 매체는 "다만 숫자와 분석은 팀의 성과와 잠재력을 판단하는 두 가지 방법일 뿐"이라며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은 봄 내내 팀을 주시하며 수십 년의 지식과 경험을 평가에 활용했다. 그들은 플레이 중인 이들의 성격과 습관과 나아가 보다 더 실용적인 것까지 더 모호한 개념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콜로라도 로키스만이 리그 하위권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막강한 전력을 갖춘 다저스, 많은 선수들을 갖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NL 디펜딩 챔피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아메리칸리그(AL) 스카우트는 "다저스가 가장 유력한 팀이지만 지금은 자이언츠가 확실한 경쟁자"라고 했는데 그 이유를 블레이크 스넬과 조던 힉스를 영입하며 강해진 선발진, 이정후와 맷 채프먼 등이 합류한 야수진에서 찾았다.

AL 스카우트는 "나는 이정후를 정말 좋아한다. 그는 패스트볼도 잘 칠 수 있다"고 했고 NL 경쟁팀의 스카우트는 "그는 이미 너무 편안해 보인다. 여기 온지 며칠이 아니라 몇 년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오른쪽)가 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MLB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밥 멜빈 감독(왼쪽에서 2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벤치에서부터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MLB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9회초 안타를 날린 뒤 후속타선의 불발로 경기가 종료되자 고개를 떨구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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