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4·3의 아픔'…70년 넘어 '안식처' 찾은 아버지
오늘(3일)은 제주 4·3 사건 76주기입니다. 세 살 때 아버지와 헤어졌던 아들이 일흔여덟 나이가 돼서야 아버지의 유해를 찾았습니다. 여전히 많은 가족들이 실종자 유해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윤정주 기자입니다.
[기자]
백발 노인이 된 아들은 아버지 묘역을 어루만집니다.
일흔 여덟 살 되도록 못 봤던 아버지입니다.
[강기수/제주 4·3 사건 유족 : 아버지하고 아들하고 손잡아 다니는 거 보면 '나는 왜 아버지가 없나?']
3살 되던 해 4.3때 아버지는 사라졌습니다.
긴 세월 빈 무덤에 절했습니다.
[강기수/제주 4·3 사건 유족 : 아버지, 내일이면 어머니 옆에 모시겠습니다.]
2007년 제주 공항 활주로에서 발굴된 이름 없는 유해가 지난해, 아버지로 확인됐습니다.
[강기수/제주 4·3 사건 유족 : 고마우면서도 슬프고 정말…]
그나마 '복 받았다'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아직 실종자 가족 1346명이 유전자 감식을 위해 피를 뽑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춘민 씨도 그 가운데 한 명입니다.
[오춘민/제주 4·3 사건 유족 : (아버지) 돌아가신 날짜도 모르고 태어난 날로, 호적상 태어난 날로 돼 있으니까 그날로 제사 지내요.]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젊은 새댁과 세 살 아기, 난리를 피하려다 1년 옥살이를 했습니다.
[고 박춘옥/오춘민 씨 어머니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 : 경찰이 막 총 팡팡 쏘면서 오니까 어떻게 해. 냇가라도 산으로 올라 숨으러 갔죠.]
지은 죄 없이 감시와 차별을 받게 됐고, 불안은 다음 세대로도 이어졌습니다.
[오춘민/제주 4·3 사건 유족 : 이 핑계 저 핑계로 잡아가지는 않을 건가…우리 큰 딸이 대학교에 가게 되니까, 그때 경찰들이 온 모양이에요. 여기 와서 뭐 했는지]
숨죽이고 살던 세월, 그래도 세상이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국가가 추념식을 열어줍니다.
[한덕수/국무총리 : 무고하게 희생되신 수많은 영령의 넋을 기리기 위해 모였습니다.]
하지만 정치 지형에 따라 참석하는 자와 아닌 자가 나뉩니다.
진상 조사와 유해 발굴, 보상도 미완성입니다.
피해자들은 '더 많이 기억하고 알려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영화사 백호·제주4·3평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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