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임용 포기 후폭풍…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 현실화
전체 3068명 중 등록 131명 그쳐
서울대병원 3.6%·세브란스 2.6%
추가지원 9월 또는 내년에나 가능
“향후 4∼5년 전공의 공백 불보듯”
정부 전문의 체제 전환 독려에도
병원들 “과도기 어떻게 버티라고…”
올해 전국 수련병원에서 일하기로 한 인턴 96%가 임용을 포기하면서 ‘연쇄효과’에 따른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박봉에 과로가 다반사인 전공의들에게 병실을 맡겼던 ‘빅5’ 병원의 경영위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향후 4∼5년간 전공의 공백이 이어질 것이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자정 마감된 2024년 인턴 임용등록에 전체 3068명 중 131명(4.3%)만 등록했다.
전공의 비율이 높고 수련환경이 열악한 ‘빅5’ 병원의 경우 등록 현황은 더 초라하다. 서울대병원은 정원 166명 중 인턴 6명(3.6%)만 임용 등록을 마쳤고, 세브란스병원도 151명 중 4명(2.6%)만 등록했다고 한다.
통상 인턴 1년을 시작으로 3∼4년 레지던트, 전문의 취득 후 전임의(펠로)로 이어지는 의사 수련·양성 체계를 고려하면, 올해 인턴 공백은 앞으로 4∼5년간 인력 공백을 야기할 게 뻔하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인턴이나 레지던트는 정해진 수련 기간을 수료해야 다음 과정으로 가거나 전문의 자격이 취득되는데 지금 인턴 등록이 3068명 중 131명에 불과해 우려된다”고 인정했다.
환자 돌보다 입원한 의사 찾은 한덕수 총리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3일 제주시 제주한라병원을 방문해 한 달여 계속된 전공의·전임의 집단사직 여파로 격무에 시달리다 피로누적 등으로 입원한 조성원 심장내과 과장을 위로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
올해 인턴이 실종되면서 전공의에게 크게 기대온 ‘빅5’ 병원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대부분 병원은 이미 전공의 공백에 병동을 통합운영하는 실정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위내시경 할 사람이 없어 환자를 협력병원으로 보내고 있고, 수술 보조가 없어 수술을 줄이다 보니 검사비·진료비·수술비 등이 모두 날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턴 부재로 하루 십수억원씩 적자가 쌓이는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빅5’ 중 한 병원의 관계자는 “저임금 효율성 측면에서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 구조를 탈피하려는 계획이 없는 병원은 없겠지만, 당장 과도기를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당장 인턴은 큰 도움이 안 되고 전공의 2∼3년 차 정도라야 역할을 한다”면서도 “전공의 10명이 하던 일을 전문의 3명 아니면 PA간호사 7명 정도에게 맡기는 방향이 되는 듯한데 비용이 훨씬 더 들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의료공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들과 대화하겠다고 손을 내밀었지만, 전공의들은 대답하지 않고 있다. 전날 윤 대통령에게 “전공의와 대화해달라”고 촉구하고 전공의 측엔 “대통령이 부르면 조건 없이 응해달라”고 한 조윤정 전의교협 홍보위원장은 이날 사퇴했다. 그는 “전의교협 전체의 의견이 아닌 개인적 소회였다”며 “의도와 전혀 다르게 나가 전의교협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말했다. ‘조건 없이’ 대통령을 만나라는 발언을 두고 의사들 사이에서 “전공의들이 대화 조건으로 내건 ‘7대 요구안’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자 책임지고 물러난 것이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대통령실에서 대통령과 전공의의 대화를 제안한 것에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면서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조건을 먼저 제안해달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는 “지난주 비대위에서 제안한 대통령과 전공의의 직접 만남을 진행해주겠다는 건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가 만날지 말지는 지금 대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재영·정진수·조희연·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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