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위딘 삿갓에서 제2의 산나비가 보인다
오랜만에 잠재력 높은 인디게임이 등장했다. 어딘가 엉성해보이는 컷씬과 BGM으로 "인디게임이 그렇지 뭐"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직접 플레이 해보면 "와, 이거 물건인데"라고 감탄한다. 뉴코어 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데블위딘: 삿갓'이란 게임이다.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을 이룬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배신당한 호위무사 '김립'이 악귀들에게 맞서는 이야기다. 게임 제목부터 알 수 있듯이 '김삿갓' 이야기가 모티브다. 사이버펑크 조선 판타지다.
인디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이름 정도는 들어봤거나, 혹시 한 번쯤 플레이해봤을 지도 모른다. BIC 등 다양한 인디게임 행사에서 얼굴을 비췄기 때문이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 행사에서 데모 버전을 공개한 적도 있다.
데블위딘: 삿갓을 체험해 본 유저 대부분이 호평일색이다. 인디게임 특유의 엉성함이 있지만 플랫포머 액션 장르의 핵심인 컨트롤 재미와 손맛을 아주 제대로 녹여냈다는 평이다.
국내외 여러 시상식에서 이름을 올리며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부터 방구석 인디게임쇼(BIGS), GYAAR 인디게임 콘테스트까지 다양하다. 유저뿐만 아니라 국내외 평론가들에게도 꽤 인정받는 모습이다.
데블위딘: 삿갓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국뽕'은 절대 아니다. 1년에 수많은 국산 인디게임이 출시되고, 또 소리소문 없이 묻힌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 국산 인디게임의 진면목을 살펴보자.
■ 소울류 시스템에 접목시킨 플랫포머 액션
데블 위딘: 삿갓은 2.5D라는 독특한 환경을 내세웠다. 2D도 3D도 아닌 이 2.5D라는 환경은 게임에 독특한 매력을 불어넣어 준다. 개발진 역시 이를 게임에 녹여내기 위해 공들인 티가 묻어난다.
플랫포머 장르답게 시스템 자체는 꽤 단순하다. 캐릭터 조작은 약공격과 강공격 단 두개 뿐이다. 하지만 캐릭터가 성장하며 하나씩 해금되는 다양한 스킬, 그리고 이를 조합한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깊은 맛이 우러나는 전투의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여기에 소울류 게임 맛이 우러나는 액션을 보여준다. 그 핵심은 '집중 반격'이라는 시스템이다. 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완벽한 가드를 발동하면 집중력 자원을 소모해 세 가지 강력한 반격을 가한다.
집중력 자원은 가드, 돌진, 회피를 통해서 쌓는다. 가드와 회피는 많은 이들이 '저스트 가드', '저스트 회피'라고 부르는 시스템이다.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퍼펙트 판정이 나면 집중력 자원을 얻는다.
회파와 강공격만으로도 어떻게든 클리어 되겠지만, 보다 화려한 콤보와 스타일리쉬한 액션과 손맛을 느끼고 싶다면 완벽한 타이밍을 익히는 편이 좋다. 이런 과정 또한 데블위딘: 삿갓의 재미다.
스태미너를 관리하는 재미도 있다. 소울류 게임 대부분이 스태미너 기반인 것과 비슷하다. 무턱대고 공격을 연발하다간 스태미너 부족으로 캐릭터가 탈진 상태에 접어들어 위기에 빠진다.
■ 원하는 전투 스타일 찾아 입맛대로 육성한다
육성 방식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을 다채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도 데블위딘: 삿갓의 장점이다. '엔그램'이라는 자원을 모아 소울류의 화톳불 개념인 세이브 포인트에서 캐릭터 레벨을 올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인자'를 획득한다.
인자는 생체, 공격성, 강인성, 기민성, 악귀 총 다섯 가지가 존재한다. 일종의 스탯 포인트와 같은 개념이다. 인자로 스킬과 능력을 해금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스킬트리가 있는데, 각 스킬마다 필요한 인자가 다르다.
이로 인해 어떻게 인자를 분배했냐에 따라 스킬트리와 능력이 천차만별로 바뀐다. 기자가 아주 좋게 평가하는 점은 인자 초기화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사실이다. 편하게 재분배 해서 다른 스타일도 시도해볼 수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빌드가 약하거나, 자신의 손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다른 길을 선택해도 된다. 또한, 스테이지에 보다 유리한 능력에 맞게 인자를 재분배해 보다 쉽게 공략해나갈 수도 있다.
돌진 후 바로 강공격을 발동시킬 수 있는 능력, 중간에 공격을 받아도 사용 중인 스킬이 취소되지 않는 능력, 보호막을 보다 빠르게 파괴할 수 있는 능력 등 초반 조작은 단순하지만, 인자를 하나씩 얻을수록 게임은 점점 복잡하고 다양하게 바뀌어 간다.
■ '소울류' 단어에 겁먹을 필요 없는 게임
데블위딘: 삿갓의 맵은 세이브 포인트가 꽤 많이 놓여있다. 특정 구간에만 화톳불이 있는 소울류 게임과는 사뭇 다르다. 대신, 빠른이동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라는 특정 맵 구간으로 Y축 이동은 빠르게 가능하다.
하나의 거대한 맵을 이동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맵을 작은 스테이지 개념으로 잘게 쪼개놓았다. 특정 스테이지마다 세이브 포인트나 엘레베이터 등 이정표가 많아 여타 플랫포머 게임보단 길찾기가 쉽다.
소울류 게임에서 많은 요소를 가져오긴했지만, 그렇다고 소울류 게임처럼 진지하고 하드코어한 맛을 내진 않는다. '소울류'라는 단어만 듣고 지레 겁을 먹진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보다 많은 이들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앞서 말한대로 다양한 편의 요소를 배치해놨다.
총평하자면 타 플랫포머 횡스크롤 액션 게임과 차별화되는 요소도 많고, 소울류 게임의 시스템과 접목시키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컷씬이나 BGM은 다소 엉성하게 보일지 몰라도 전체적인 게임의 완성도는 굉장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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