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겨울에 비해 햇빛을 받는 시간이 길어지고,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면서 가슴이 설레는 이들이 있다. 반면 오히려 봄이 되면서 더욱 울적해지고, 가라앉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이를 두고 흔히 ‘봄을 탄다’고 표현하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인지 알아보자.
봄만 되면 더 우울한 느낌, ‘계절성 우울증’ 주의 봄만 되면 기분이 우울하게 가라앉거나 허무하고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전형적인 ‘계절성 우울증(계절성 정동장애)’의 한 증상이다.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달리 특정 계절에만 감정 기복이 생기는 경우를 말하며, 2년 이상 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계절성 우울증으로 볼 수 있다. 보통 해가 짧아지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외출이 줄어드는 가을과 겨울에 우울감을 겪기 쉽다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은 봄 또한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계절이다.
봄철에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일조량 변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형배 원장(루원마음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봄과 가을 환절기에 우울감을 더욱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일조량이 변화하면서 신체 리듬이 적응을 하지 못해 우울감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개인에 따라서 △세로토닌 등 호르몬 변화에 따른 감정 기복의 심화 △새 학기, 취업 등 주변 환경 변화에 대한 박탈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실제로 봄은 1년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시기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통계청(KOSIS) 자료를 통해 집계한 ‘월별 자살사망 통계’에 따르면 2022년에는 4월에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이들이 1,198명으로 가장 많았고, 2023년 잠정치에 따르면 5월과 3월 순으로 사망자 수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지칭하는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는 용어까지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한 계절만 잘 보내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티기보다는 우울감의 원인을 찾아 개선하고, 적절한 상담과 치료 등을 받을 것이 권장되는 이유다.
생체 리듬 회복이 최우선…병원 치료도 도움 돼 계절성 우울증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생활 패턴과 생체 리듬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권장된다. 일정한 시간에 잠에서 깨 활동하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는 등의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서 생체 리듬을 제자리로 되돌리면 우울감을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야외 운동을 하면서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도 중요하다. 햇빛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맑은 날에는 야외로 나가 30분 이상 햇빛을 받는 것이 좋다. 가벼운 걷기 등의 운동으로 시작해 점차 활동량을 늘려 나가면 기분전환과 체력 개선 등의 효과를 함께 볼 수 있다. 이외에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의 상태를 공유하고, 위로와 응원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생활 습관을 개선하거나 우울감을 떨쳐내기 어렵다면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항우울제 복용과 우울감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인지행동치료 등을 시행하며, 경우에 따라 광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약 30분 정도 햇빛과 비슷한 광선을 쬐면서 생체 리듬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치료 방법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