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 색깔에 담긴 정치 메시지 [패션 에티켓]

2024. 4. 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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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패션 기획 Merchandizer이자 칼럼니스트 '미키 나영훈'이 제안하는 패션에 대한 에티켓을 전달하는 칼럼입니다. 칼럼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모여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을 만드는데 좋을 팁을 편안하게 전해 드립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각각 서울과 인천에서 주말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4월 10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입니다. 많은 후보자들이 거리에서 온라인에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공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표현 방식도, 공약 내용도 참으로 다릅니다만 목적은 동일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정당이, 어떤 국회의원이, 어떤 정책이 선택될까요?

유권자는 후보자의 정책, 정치적 신념, 그간의 행보 등을 평가하고 표를 던지지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패션을 통한 '이미지'입니다. 정치인이 슈트를 입는 건 신뢰를 얻기 위함이고, 근무 현장에서 업무용 점퍼를 입는 건 동질감을 얻기 위함입니다. 무엇 하나 허투루 된 것이 없이 계산된 것입니다.


슈트의 컬러, 신념? 권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정치인이 입는 슈트는 보통 네이비와 그레이 컬러입니다. 특히 정치인이 선거철에 입는 슈트 컬러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표현합니다.

네이비는 강한 신념이 돋보이는 컬러입니다. 나이가 젊거나 정치적 성향이 트렌디한 정치인들이 선호합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단순 개념보다는 정치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다루는 이슈가 새로운 정치인들에게 잘 맞습니다. 네이비는 특히 슈트 핏이 날렵할수록 멋지게 표현됩니다. 그러므로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한 정치 성향을 표현하기에 적합합니다.

그레이는 안정적이면서 깊은 신뢰를 표현합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고 오랜 기간 정치를 해온 이들에게 잘 어울립니다. 핏은 조금 여유로운 것이 좋습니다. 타이트하지 않은 핏에 깊은 컬러감을 가진 그레이 패션은 진중한 느낌의 연륜을 표현하기에 적합합니다.

그렇다면 블랙 슈트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개성입니다. 과거 상복(喪服)이란 이미지도 있었지만, 요즘은 디자이너 브랜드 혹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도 활용됩니다. 자신의 개성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힘주어 목소리를 낼 때 적합합니다. 얼마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안정적인 그레이 컬러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담한 블랙 컬러를 입으면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옷 모양새와 정치적 이미지

컬러에 따라 어울리는 핏이 있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 공식에 따르지는 않습니다. 핏은 착용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핏은 슈트뿐만 아니라 다른 옷에서도 정치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좋은 요소입니다. 여유로운 핏은 연륜과 깊은 정치적 신념을, 날렵한 핏은 새롭고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여유로운 핏을 선호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날렵한 핏을 고수했습니다. 다른 대통령보다 몸이 날씬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사업가 출신 대통령' ‘경제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던 성향이 이렇게 드러납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풍채가 좋은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딱 맞게 입진 않았습니다.

2011년 10월 미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장에 도착, 오바마 대통령 내외와 정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왕태석 기자

정치인의 헤어 스타일과 컬러

헤어 스타일과 색깔도 정치적 성향을 나타내는 요소입니다. 과거 대부분의 정치인이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8대 2 가르마’에 이발소를 찾았다면, 최근엔 개성이 한껏 묻어난 헤어 스타일을 선보입니다. 또 연륜과 푸근함을 유지하고 싶은 정치인은 흰머리를 고수하는 한편, 젊은 이미지를 어필하고 싶은 정치인은 염색을 합니다. 정치인이라는 특성상 블랙과 브라운이 주류이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자라는 흰머리와 새치를 염색하지 않기도 하는데, 이는 단순히 '바쁜 정치인'이 아닌 자신의 이미지를 위한 선택으로 해석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대화를 나누며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치인에게 패션 스타일이란 단순하지 않습니다. 본인에게 다소 어울리지 않더라도 정치적 신념과 성향을 패션, 헤어 스타일, 컬러에 일부러 녹여내기도 합니다. 치열한 정치적 공방 속에서 어떤 것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는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총선, 패션의 정치적 이미지를 이해하고 후보들은 본다면 우린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나영훈 남성복 상품기획 MD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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