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원인, 10년 조사로 증거는 충분… 결론 내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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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
2014년 4월 16일 오전,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중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갑자기 기울었고 101분 만에 완전히 침몰했다.
책에는 세월호 도입부터 출항, 침몰, 구조 실패, 조사 한계 등이 5부에 걸쳐 두루 담겼다.
이정일 변호사는 "최종적으로 국민들에게 침몰 원인을 설명해야 될 조사위 위원들이 다양한 시선과 외부적 상황 때문에 결론을 내리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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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변호사, 활동가, 언론인 모여 쓴
신간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 나와
"외력 침몰 가능성 기각, 다음으로 가야"
사회적 참사 조사 필요성·역할 고민 담아
"세월호가 잠수함 충돌 등 외력 탓에 침몰했다는 가설은 승인하기 어렵다는 과학적 조사 결과가 이미 충분히 나왔습니다. 그런데 (조사위원회가) 이를 기각하지 않은 거죠. 그 결론을 내려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전치형 카이스트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부교수)
476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 2014년 4월 16일 오전,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중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갑자기 기울었고 101분 만에 완전히 침몰했다. 이 참사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교생 등 304명이 숨졌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무능과 무책임이 투영된 비극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났는데도 정부는 배가 왜 침몰했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가 차원의 조사위원회가 세 번이나 꾸려졌는데도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신간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은 민간 전문가들이 정리한 '대국민 세월호 참사 종합보고서'로 볼 수 있다. 핵심 쟁점인 침몰 원인과 구조 실패 이유와 관련해, 밝혀진 사실에 기반해 종합적이고 쉽게 설명한다.
세월호 조사·수사 10년의 기록 담은 '다시 쓴 그날의 기록'
조용환 진실의힘 이사(변호사)는 3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본관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책을 '그날의 기록'(2016) 후속으로 소개했다. 그는 "첫 책 발간 이후 세월호 선체가 인양됐고,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와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등이 꾸려져 조사를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출판사와 필진들은 새로운 내용을 반영해 개정판을 낼 여력이 없어 2021년 말 '그날의 기록'을 절판했다. 하지만 명확한 결론을 기대했던 사참위가 2022년 9월 실망스러운 종합보고서를 내놓자 다시 한번 힘을 내보기로 했다.
새롭게 꾸린 기록팀에는 선조위와 사참위 종합보고서 집필에 참여한 박상은 플랫폼C 활동가, 전치형 교수가 참여했다. 선조위 사무처장이었던 이정일 변호사와 세월호 탐사보도를 꾸준히 해온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가 뜻을 모았다. 선조위·사참위 조사 자료, 해경지휘부에 대한 검찰 수사·재판기록, 해외 연구기관인 브룩스벨·마린의 조사 결과와 대한조선학회 공식 의견 등 지난 10년의 자료를 새로운 관점으로 검토·분석했다. 이를 통해 진상 규명의 두 축인, 침몰 원인과 구조 실패에 대한 명확한 '서사'를 써냈다. 책에는 세월호 도입부터 출항, 침몰, 구조 실패, 조사 한계 등이 5부에 걸쳐 두루 담겼다.
"외력설 기각하기에 과학적 조사 결과 충분"
가장 눈에 띄는 서사는 침몰 원인 중 하나로 꾸준히 언급돼 온 외력설을 기각했다는 점이다. 세월호가 잠수함 등 외부 물체와 충돌해 침몰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록팀은 선조위·사참위 조사와 해외 전문기관의 실험 등을 통해 이미 외력설을 기각할 과학적 근거가 쌓였다고 봤다. 하지만 조사위원회의 한계 탓에 지금껏 그 가능성을 완전히 지워버리지 못해왔다고 지적했다. 책에는 왜 외력설이 기각돼야 하는지 설명해 줄 자료들이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됐다. 이정일 변호사는 "최종적으로 국민들에게 침몰 원인을 설명해야 될 조사위 위원들이 다양한 시선과 외부적 상황 때문에 결론을 내리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기록으로 드러난 무능하고 무책임한 해경…참사 조사 중요성"
기록팀은 해경의 무능에도 주목했다. 304명이 사망한 비극은 침몰보다 구조 실패와 직결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조직적일 만큼 무능하고 무책임한 해경"의 실태를 낱낱이 기록하는 게 안전사회로 가도록 현실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다만 고의적인 구조 방기 의혹은 반박했다.
궁극적으로 참사 조사가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었다는 게 기록팀의 바람이다. 전 교수는 "조사위원회가 진실을 파악해 제시하고 교훈을 얻음으로써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약간의 위로를 드리고 사회는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며 이 책이 참사 조사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기를 기대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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