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테면 막아봐”…첨단기술에 돈 퍼붓는 中 [하이엔드 차이나쇼크]
국가 주도 투자로 '기술 혁신 경제’ 유도
韓 전체 예산 육박 R&D 예산…연구 인력풀도 확충
‘이구환신’ 정책으로 기술 상용화 촉진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중국인들도 합법적인 권리를 누려야 한다. 어떤 조치도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진보의 속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장벽을 만들거나 산업 공급망을 단절하는 것은 분열과 대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에 대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에 참여하지 말라는 경고의 목소리였지만 중국의 과학 기술 수준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중국의 과학기술과 첨단 산업은 정부의 정치적 의지와 대대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2015년 중국의 경제 모델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바꾸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던 ‘중국제조2025’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리커창 전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025년까지 핵심 부품과 자재의 국산화를 70%까지 달성하면서 차세대 정보기술, 로봇, 항공우주, 해양공학, 고속철도, 신에너지차량, 신소재, 바이오 등 10대 핵심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이를 공개적으로 겨냥해 중국산 제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제조 2025’라는 표현은 표면상 사라졌지만 중국 정부는 첨단 산업과 과학 기술 개발을 위한 보조금 등 산업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열린 올해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민인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신품질 생산력’을 키워드로 내놨다. ‘신품질 생산력’은 지난해 9월 시 주석이 동북지역 헤이룽장성 시찰때 처음 언급된 개념으로 ‘중국제조 2025’의 최근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대량의 자원 투입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생산력과 달리 기술 혁신이 주도하는 생산력을 의미한다.
리창 총리는 양회 업무보고에서 ‘신품질 생산력’을 강조하면서 산업망·공급망 고도화,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 및 히든 챔피언 육성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 대표적 예로 ▷차세대IT 기술 ▷신소재 산업 ▷첨단장비제조 ▷신에너지산업 ▷바이오산업 ▷친환경산업 ▷인공지능산업 등 7개 전략적 신흥산업과 ▷미래제조 ▷미래 IT ▷미래 소재 ▷미래에너지 ▷미래공간 ▷미래 건강 등 6개 미래산업이 제시했다. 사실상 ‘중국제조 2025’의 현실화 전략임을 알 수 있다.
양회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은 ‘신품질 생산력’을 통해 중국이 첨단 산업 분야에서 추격자(Fast Follower) 단계를 벗어나 기술 선도자(First Mover)로 도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주도 아래 국영기업과 학계가 하나로 뭉쳐 움직이는 중국의 신형거국체제가 첨단 과학 기술 분야에서 미국 등 서방에 비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진핑 정부는 ‘신품질 생산력’을 성공 궤도에 안착시키기 위해 과학기술 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과학기술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3708억위안(68조7000억원)을 배정했다. 2019년 이래 최대폭이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의 기초 연구 투자액은 전년 대비 13.1% 증가한 980억위안(18조1000억원)에 달한다. 민간 투자를 포함한 중국의 전체 연구개발(R&D)비용은 2조3000억위안(611조8000억원)이 넘는다. 올해 우리나라 정부 예산(656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R&D에 투입되는 셈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면서 중국의 R&D 인력풀과 연구성과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24만7000명 수준이던 중국 R&D 인력은 2022년 635만4000명으로 2배가까이 늘었다.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 업체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에 포함된 중국 연구자는 2022년 1169명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과학기술 관련 발명 및 특허 건수는 92만 건으로 2015년 대비 약 3배 들었다. 그에 따른 기술거래액도 6조1500억위안(약 1142조원)에 달해 기초 과학 연구가 실제 상용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새로 개발되는 첨단 기술이 실제 민간 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수요를 늘려주는 역할도 도맡았다. 오래된 제품을 새것으로 바꾸면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이른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건설·인프라 설비 갱신, 노후 농기계 교체 지원과 함께 노후 자동차 교체와 가젠제품 구매에도 지원금을 풀어 전기차와 AI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가전제품의 소비를 촉진한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국채 매입을 재개하는 등 적극적인 부양정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러한 부양책이 중국 경제의 질적 전환에도 자극제가 될지 주목된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SC)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은 쉽고 효과적인 도구”라면서 “유동성을 높이고 경제활동과 성장을 촉진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why37@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푸바오 할부지 ‘울보’ 강철원, 모친상 밤샘 빈소 지키다 중국 동행[함영훈의 멋·맛·쉼]
- “공무원은 야채 파는 사람보다 머리 좋아” 유명 정치인 비하 발언에 日 ‘부글’
- "송하윤 집단폭행 강제전학 맞다" 추가 폭로 나와…소속사 측은 부인
- 류준열·한소희, 재회 없다…드라마 '현혹' 동반출연 무산
- "이승기가 '엄청난 투자자'라며 소개해" MC몽 '코인 범죄' 재판서 밝혀
- 트와이스 채영·전소미, 무인 포토부스서 속옷 노출…누리꾼들 '갑론을박'
- “모텔 대실 우습게 봤더니” 58억 돈방석…낯익은 ‘얼굴’ 누군가 했더니
- '학폭 의혹' 송하윤 이번엔 인성 논란…"매니저·스태프 자주 교체"
- 여학생 이름에 ‘성인용 기구’ 명칭 붙여 부른 남학생들 징계
- 아나운서 출신 박선영, SM C&C와 재계약…"체계적 서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