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후보 검증> 국민의힘 서천호 후보의 '약속 사면' 의혹... 사면 5개월 전 '총선용' 집 구입

홍주환 2024. 4. 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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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호 국민의힘 경남 사천·남해·하동 후보가 피선거권이 없던 지난해 9월, 출마 지역에 '총선용' 집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서 후보는 올해 2월 특별사면되면서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사면을 약속받고 총선 출마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서 후보는 "단순히 사면을 기대해 집을 사고, 공천을 신청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22대 총선에 경남 사천시·남해·하동군 지역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서천호 후보. 서 후보는 이른바 '약속 사면' 의혹의 당사자다. 

'출마 불가능' 여론조작 사범 서천호... 지역구에 미리 '총선용' 집 사놨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부산지방경찰청장이던 서천호 후보는 소위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가담했다. 경찰력을 동원해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게 했다. 특히 2011년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대응해 조직된 '부산 희망버스' 시위를 상대로 부정적인 여론 조성에 나섰다. 2018년 검찰은 서 후보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해 5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형이 확정됐다. 기소 당시 검찰 수사 책임자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집행유예 기간에는 피선거권이 없다. 당연히 지난해 5월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된 서 후보는 올해 5월까지 22대 총선을 포함한 모든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서 후보는 총선 출마를 준비했다. 서 후보가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신고한 본인 소유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서 후보는 지난해 9월 12일 22대 총선 출마 지역인 경상남도 사천시 죽림동에 단독주택을 구입했다. 올해 2월 7일 설날 특별사면을 받기 5개월 전이었다. 누구라도 사면을 기대할 수 없는 때였다. 

서 후보는 오랫동안 서울 송파구에 거주했고, 2021년부터 약 2년 간 경기도 용인시의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지난해 9월 사천에 집을 산 뒤 주소지를 이전했다. 지역 언론인 뉴스사천 등에 따르면, 서 후보는 사천으로 거주지를 옮긴 이후 각종 지역 행사에 다니는 등 지역 기반을 닦는 데 열중했다. 총선 출마가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보인, 이해할 수 없는 행보였다. 

국민의힘 서천호 후보가 지난해 9월 구입한 경상남도 사천 소재 단독주택. 지난해 5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던 서 후보는 이 집을 살 당시 피선거권이 없어 총선 출마가 불가능했다. 서 후보는 이 집을 사고 5개월 뒤인 지난 2월 7일, 특별사면을 받아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서천호 후보, 현금 모자라 지인 돈 빌려 사천에 단독주택 구입

서 후보가 급하게 사천 집을 구한 흔적도 발견됐다. 서 후보는 지난해 9월, 2억 5,000만 원에 사천 단독주택을 구입하면서 담보 대출을 하나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서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 내역을 보면, 사천 소재 단독주택을 구입할 당시 서 후보는 현금 여력이 없었다. 이미 다른 부동산 매입에 적지 않은 돈을 쓴 상태였다.

서 후보는 2022년 가족과 함께 경기도 안성의 고시원 건물을 10억 3,000만 원에 샀고, 2023년에는 7억 7,500만 원을 주고 경기도 용인 땅을 샀다. 2021년 4억 8,500만 원에 산 경기도 용인 단독주택은 처분이 안 된 상태였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니, 서 후보 소유 용인 주택에는 전·월세 기록도 없었다. 한마디로 '현금이 마른' 상태였다.  

서 후보는 사천 단독주택을 사면서 지인에게 2억 2,000만 원을 빌렸다. 서 후보는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사천에 내려가는데 용인 집은 처분이 어려워 비워 놓고 왔다. 사인 간 채무는 사천 집 매매와 관련된 대출이 맞다. 대출금 2억 2,000만 원은 대체로 사천 집 매매 대금으로 쓰였다. (다른 부동산 구입에) 일부 담보 대출이 돼 있어서 은행 대출 자체가 잘 안됐다"고 말했다. 

우연의 연속?... 국민의힘, '잡음'에도 서천호 공천

지난해부터 서 후보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해 5월 서 후보는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 관련 집행유예가 확정돼 22대 총선 출마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9월 지인에게 돈을 빌려 경남 사천에 단독주택을 구입하고 이사했다. 피선거권이 없었지만, 이사 직후부터 총선 출마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올해 2월 3일 국민의힘에 비공개로 공천을 신청했다. 4일 뒤인 2월 7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고, 같은 날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2월 18일 국민의힘 사천·남해·하동 경선 후보로 결정됐다. 

경선 후보 확정 이후에도 논란이 일었다. 경선 후보 확정 직전인 2월 7일 경남매일신문이 진행한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조사에는 서천호 후보가 포함되지 않았다. 최상화(21.8%), 박정열(17.8%), 조상규(13.1%), 이철호(8.5%) 후보에 대해서만 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대상도 아니었던 서천호 후보를 넣은 최종 경선을 발표했다. 서천호·이철규·조상규 후보의 3인 경선이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발이 나왔고, 여론조사 1위였던 최상화 후보는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뒤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서 후보는 지난 2월 28일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서천호 후보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을 날짜별로 정리한 것. 지난해 5월 집행유예가 확정돼 22대 총선 피선거권이 없었지만, 서 후보는 자신의 출마 지역구인 경남 사천에 집을 사는 등 출마를 준비했다. 비공개 공천 신청, 특별사면을 거쳐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다. 

"자기 식구들 해 주는 것 아니겠나"

뉴스타파는 서천호 후보에게 연락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천에 집을 산 것인지', '사면 여부도 모르던 시기에 출마 지역에 집을 사 이사하고, 공천을 비공개 신청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서 후보는 "출마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다. 사천에 왔다 갔다 하기가 불편해서 샀고, 전세를 얻는 게 쉽지 않아 단독주택을 구했다"고 말했다. 또 "사면을 기대했다. 같은 사건·혐의로 재판을 받은 정용선 씨가 나와 형량이 똑같았는데 지난해 8월 15일 사면복권이 됐다. 나도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사면복권이 될 수 있겠다고 막연히 추측했다"고 했다. 

서 후보가 언급한 사람은 정용선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다. 서 후보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 시절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에 가담했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2018년 12월 기소됐다. 2018년 10월 기소된 서 후보와는 따로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2개월 뒤 광복절에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을 받았다. 

하지만 "정 전 청장이 사면을 받았으니 나도 사면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서천호 후보의 말은 어딘지 어색하다. 사건은 비슷했지만, 결론이 달랐던 사례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고위급 경찰은 서천호 후보와 정용선 전 청장 외에도 4명이 더 있다. 다 같은 직권남용 혐의였다. 서 후보를 빼고, 정 전 청장을 포함해 총 5명 중 4명이 집행유예 이상 형을 받았다.(아래 그래픽 참조) 그러나 이들 중 현재까지 사면을 받은 건 정 전 청장 한 명 뿐이다. 다른 3명은 사면 대상자에 오르지도 못했다. 정 전 청장에 대한 사면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국민의힘 서천호 후보는 "나와 같은 혐의로 형이 확정된 정용선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지난해 8월 특별사면되는 걸 보고 나도 사면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청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비슷한 형이 확정된 고위직 경찰 3명은 사면받지 못했다. 정 전 청장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충남 당진)을 받았다. 

서천호 후보와 마찬가지로, 정용선 전 청장도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충남 당진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서 후보처럼 정 전 청장도 특별사면이 없었다면 출마 자체가 불가능했다. 똑같이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에 가담해 똑같은 죄명으로 형이 확정됐지만, 총선 출마를 위해 피선거권 회복이 필요했던 딱 두 명만 특별사면을 받은 것이다.

뉴스타파는 정용선 전 청장과 함께 재판을 받아 지난해 6월 형이 확정된 김 모 전 치안감과 연락했다. 정용선 전 청장과 서 후보가 광복절, 설날 특사로 각각 사면복권되는 동안 김 전 치안감은 사면 대상자에도 오르지 못했다. 김 전 치안감은 이렇게 말했다.

사면된 건 정용선과 서천호다. 자기 식구들만 해주는 것 아니겠나. 같은 사건인데 누구는 해 주고, 누구는 안 해 주는 것이다. 출마한다고 하니까 사면을 해준 거라고 본다. 다른 사람들도 '사면해 달라'고 신청했는데, 안 해줬다고 한다. 법무부장관한테 건너 부탁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 김OO 전 치안감 /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 관련자

이례적인 '2년 연속' 특별사면... 서천호 "사면 대상자여서 말할 수 없다"

서 후보에 대한 특별사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 후보는 과거 국정원 2차장 시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를 불법 사찰한 혐의로 2021년 12월 유죄가 확정됐지만, 지난해 신년 특사 때 사면복권됐다. 이번 2월 7일 설날 특사를 포함하면, 2년 연속 특별사면이다. 공개된 사면 명단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주요 정재계 인사와 공직자 중 2년 연속 특별사면을 받은 사람은 최근 10년간 서천호 후보가 유일하다. 

취재진은 다시 서 후보에게 연락해 '정용선 전 청장의 사례만 보고 사면을 기대한 것이 사실인지', '2년 연속 특별사면을 받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서 후보는 "(사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면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 등에는 "개인적인 심정까지 얘기해야 되느냐. (사면의) 공식적인 루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취재진은 법무부와 대통령실에도 연락해 '서 후보 측과 사면과 관련한 연락을 사전에 한 사실이 있는지', '서 후보를 2년 연속 특별사면 해 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법무부와 대통령실은 답하지 않았다. 

보도 이후 법무부 대변인실은 뉴스타파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법무부 측은 “동일인에 대한 사면은 과거에도 전례가 있었다”며 “사면 대상자들은 다수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는 사면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친다. 개별적인 사면 경위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서는 일일이 답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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