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믿고 맡길 수 있어 안심"…교사들은 늘봄 업무 늘어 불만

유영규 기자 2024. 4. 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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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늘봄학교 일일 강사 하는 IBK기업은행 김희진 선수

시행 2년 차를 맞아 정부가 늘봄학교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돌봄 공백'을 메운 학부모들의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사들 사이에서는 늘봄학교 확대로 인한 업무 전가가 발생했다며 아직도 늘봄학교 확대를 반기지 못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2학기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더욱 줄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오늘(3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전국 2천838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 중입니다.

전국 초등학교(6천175개교)의 46%에서 늘봄학교가 시행되는 것입니다.

이달 중으로 서울, 광주에서 늘봄학교를 더욱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늘봄학교 참여 학교는 전체 초등학교의 절반 수준으로 많아질 전망입니다.

늘봄학교는 원하는 학생에게 다양한 '늘봄교실'(기존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올해에는 초1에게 2시간가량의 무료 맞춤형 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돌봄 공백'을 메우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궁극적으론 저출생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정부는 늘봄학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늘봄학교는 시행 첫해인 지난해 1학기 전국 5개 시도 214개교에서, 2학기에는 8개 시도 459개교에서 운영됐습니다.

그러나 올해 정부가 늘봄학교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1학기 시행 지역이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되고 시행 학교도 대폭 늘어나면서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4일 울산의 한 초등학교 늘봄교실에서 강사와 인사하는 학생들


학부모들은 대체로 만족도가 높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 저학년의 경우 어린이집·유치원보다 더 이른 오후 1시쯤 정규수업이 끝나 돌봄 공백이 발생했는데, 믿고 맡길 수 있는 학교에서 자녀들이 방과 후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데 마음이 놓인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하교 시간이 늦춰지면서 돌봄을 목적으로 보내던 학원도 그만둬 가계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초1에 한해 희망하는 학생은 누구나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점도 반가운 요소로 꼽힙니다.

대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이 모 씨는 "유치원 다닐 때보다 하교 시간이 빨라져 다른 학원을 보내야 했는데, 늘봄학교를 보내니 사교육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돼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경기 지역 학부모 김 모 씨는 "1학년인 둘째가 3학년인 첫째가 학교 끝나고 올 때까지 혼자 시간을 보냈어야 했는데, 지금은 비슷하게 끝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교사들은 늘봄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습니다.

정부가 늘봄학교 시행으로 교사들의 행정업무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실제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정부는 올해 1학기 기간제 교사를 배치해 늘봄학교 행정업무를 맡기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교사들이 행정업무를 떠맡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는 얘기입니다.

기간제 교사가 정년 퇴임한 원로교사 출신이거나 중등교사 자격 소지자여서, 늘봄학교 행정업무에 서툴다는 등의 이유로 결국 실제 업무는 교사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합니다.

늘봄학교를 위한 공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특히 학생 수가 많은 과대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에 남는 공간이 없어 늘봄학교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 경우 담임교사는 정규수업 후 교실을 늘봄학교를 위해 비워줘야 합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기존 현장 교사들의 (늘봄학교) 업무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학교 수업이 끝나도 학부모 상담, 행사 등으로 교실을 사용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도 교사들이 교실을 비워주고 교무실이나 빈 교실, 연구실로 이동해서 일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교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2학기 늘봄학교가 모든 초등학교에 전면 시행되면 교사 업무 전가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초등교사노조 관계자는 "학교 교실이 아니라 외부 시설을 이용한 늘봄학교 등 융통성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며 "지금 상황에서 2학기에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되면 문제점도 확산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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