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풀린 이스라엘군…기자·자국인질 이어 구호요원까지 살해

임지우 2024. 4. 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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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트럭 폭격 참사에 이스라엘 '무분별 공격' 다시 도마
가자 3만2천명 사망자 대다수가 민간인 '전쟁범죄 정황'
백기 든 민간인·기자표식 취재진·교회 내 모녀 등 참변 지속
공습에 불탄 국제구호단체 차량 (데이르 알발라·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공습 당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 모습. 2024.04.02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군이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국제구호단체 차량 폭격이 오폭이었음을 인정한 가운데 하마스 대원이 아닌 무고한 민간인과 외국인, 자국민 인질까지도 희생시켜온 이스라엘군의 무분별한 군사 작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3만2천명 넘게 목숨을 잃은 가운데 여성, 어린이, 외국인 등 민간인 피해가 계속 커지자 이스라엘군의 고의로 이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초기였던 지난해 10월 13일 이스라엘군 탱크가 헤즈볼라 교전 지역에서 취재하던 외신 종군 기자들을 향해 발포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크게 다쳤다.

당시 이들은 취재진임을 표시하는 '프레스'(Press)가 적힌 조끼와 모자를 착용하고 있어, 이스라엘군이 이들이 기자임을 인지하고도 공격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이후 레바논 주둔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은 조사 결과 당시 이스라엘 탱크가 이들이 취재진인지를 '확실히 알만한' 거리에서 발포했다며 "인지 가능한 거리에서 민간인에게 발포하는 것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UNSCR) 1701호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그러나 "취재진을 포함한 민간인에게 의도적으로 발포하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이후 지난해 12월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작전 도중 백기를 든 자국민 인질 3명을 오인 사살하는 비극적인 일까지 벌어지며 이스라엘군의 '무분별 작전'에 대한 국내외의 비난 여론은 더욱 높아졌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현장에 있던 지휘관들이 사격 중지를 명령했지만 이를 듣지 못한 병력이 계속 발포하면서 인질들이 사망했다며 이를 "임무 실패"로 인정했다.

이스라엘 공격 피해 라파 떠나는 가자지구 주민들 (라파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이곳으로 피난왔던 2월 13일(현지시간) 다시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2024.02.15 kjw@yna.co.kr

이런 가운데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해서는 이스라엘군이 단순히 오인 사격이 아닌 고의로 공격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대해 하마스 소탕 과정에서 발생한 부수적인 피해일 뿐이며 고의로 민간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군이 전투 의지가 없는 민간인을 공격했다는 영상과 증언들이 잇따라 공개되며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로마 가톨릭교회 예루살렘 총대주교청은 이스라엘 저격수가 가자지구 교회와 수녀원에 있던 비무장 상태의 모녀를 사살했다고 주장했으며, 지난 1월에는 어린 손자의 손을 잡고 백기를 든 채 대피하는 민간인이 총에 맞아 숨지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의 계속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서 이어지는 민간인 거주 지역 공습이나 어린이·노인 사망자에서 발견되는 정밀 조준 사격 흔적 등은 이러한 의혹을 계속 키우고 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가자지구 병원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어린이들을 치료했던 일부 의사들은 이들의 상처 위치나 종류, 주변인의 증언 등을 토대로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직접 공격 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의사들은 머리나 가슴에 정확히 총알 한 발을 맞고 사망한 전투원이 아닌 어린이, 노인 시신이 끝없이 밀려 들어오는 것을 목격했다고도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일하던 캐나다 출신 의사 알비는 가디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2년 동안 어린이 500여명이 사망했지만, 가자지구에서는 5개월도 채 되지 않아 어린이 1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는 일반적인 전쟁이 아니"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구호단체 차량 폭격을 두고도 이스라엘군의 의도적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폭격으로 직원 등 7명이 사망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측은 사고 당시 이들이 '교전 지역이 아닌' 구역을 지나고 있었으며, 피해 차량 중 두 대에는 WCK 로고가 표시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폭발물 전문가인 크리스 코브-스미스는 이날 CNN에 WCK 차량의 파손 정도 등을 분석한 결과 이번 공격에 "대단히 정밀한 드론 발사 미사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일이 오폭으로 인한 사고라는 것을 "믿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코브-스미스는 다만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현장에 있는 미사일 잔해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다친 아이 이송하는 팔레스타인인 (가자지구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다친 아이를 안고 이송하고 있다. 2023.10.24 ddy04002@yna.co.kr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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