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가 4이닝 9실점, 충격의 첫 등판 그후···고영표 “처음으로 두려움 느꼈다”[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4. 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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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고영표가 지난 2일 수원 KIA전에서 힘껏 투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고영표(33·KIA)는 KT의 에이스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2021년부터 3년 연속 두자릿승수를 거뒀고 이 기간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63차례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탈삼진형 투수가 아니지만 사사구가 워낙 적어 볼넷 대비 삼진율이 이 3년간 5.80으로 압도적 1위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에 1년을 남겨둔 채로 고영표는 KT와 5년 최대 107억원의 다년계약을 했다. KT가 상위 팀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했던 빼어난 활약에 앞으로의 기대치를 담은 초대형 계약이었다. 고영표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 3월27일 수원에서 두산을 상대로 나선 첫 등판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고영표는 4이닝 만에 13피안타 1볼넷으로 9점이나 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름아닌 고영표였기에 상상도 하지 못한 첫 등판 결과에 모두가 술렁거렸다. 투구 습관부터 여러가지 원인 분석이 나왔다.

고영표는 지난 2일 수원 KIA전 승리 뒤 기자와 인터뷰에서 “첫 등판은 내게도 충격이었다. 팀에서는 투구 습관이 노출됐다고 봤다. 올해 글러브도 바꿨고 여러가지 얘기가 나왔다. 투구습관이 노출돼도 좋은 공을 던지면 치기 어렵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일단 그날은 좋은 공을 하나도 못 던져 난타당했다. 3회부터는 볼넷 주면서 세트포지션에서 힘이 계속 안 실리니까 쉽게 당했다. 영상도 많이 봤고 감독님, 코치님과 얘기 나누면서 왼쪽 어깨가 열리는 부분을 신경쓰면서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KT 고영표가 2일 수원 KIA전에서 야수들의 호수비에 박수치고 있다. KT 위즈 제공



시즌을 치르면서 가끔 한두번씩 실점을 많이 하거나 5회 전에 마운드를 내려오는 경험을 한 적도 있었지만 개막 첫 등판부터 이런 경기는 처음이었다. 고영표는 “시즌 초반에는 언제나 잘 출발했다. 어쨌든 내가 좋은 공을 던졌기 때문에 내 결과가 안 좋아도 팀의 경기 결과는 좋았다. 계약하고 첫 경기라 부담이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2~3점 주더라도 내 공 던지자 하면서 던지는데 그날은 마운드에서 흔들리는 나를 전혀 잡지 못했다. 진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고영표 이후 웨스 벤자민까지 대량 실점하고 아무도 선발승을 거두지 못하면서 고영표의 마음은 매우 뒤숭숭해졌다. 고영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려움과 걱정을 안고 다음 등판을 준비했다.

고영표는 “우리 팀은 선발 의존도가 높고 늘 선발 성적이 좋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내가 초반에 9점씩 줘버리고 선발들이 줄줄이 무너지면 경기를 풀어갈 수가 없다. 그 뒤로 줄줄이 우리 팀이 많이 맞고, 불펜까지 흔들려버리니까 솔직히 두려웠다”며 “항상 긴장은 하지만 걱정은 안 하는 편인데, 나 때문에 그 뒤로 집단 난조라 생각하니까 등판 준비하는 며칠 동안 진짜 처음으로 걱정이 됐고 두려운 마음을 느껴봤다”고 말했다.

KT 고영표가 지난 2일 수원 KIA전에서 내야수 천성호를 격려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개막 1경기 만에 정신 바짝 차리고 재정비 한 고영표는 2일 KIA를 상대로 6이닝 7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KT는 10-6으로 이겨 연패를 탈출했고 고영표는 첫승을 거뒀다. 첫 등판의 충격과 그 이후의 걱정 모두 극복해냈다.

올시즌 KT는 배제성의 군 입대와 소형준의 재활로 처음으로 선발 한 자리가 비어있다. 기존 선발들이 더 큰 책임감을 안고 시작했고, 그 중 고영표는 계약 이후 더 무게를 느끼고 시작했다. 에이스가 무너지면 팀이 흔들린다. 군 복무를 마친 이후 3년 간 정신 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달리기만도 바빴던 고영표가 진짜 에이스 책임감을 가져보는 올시즌, 출발부터 격정적인 에이스 체험을 하고 빠르게 원상복귀 했다.

고영표는 “등판 차례를 기다리면서 진짜 많은 생각을 했다. 공 반발력도 좋아져서 타구도 빠르고 ABS도 적응해야 되고, 하지만 어찌 됐든 6이닝 3실점 이내로 던지자고 생각했다. 오늘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서 앞으로 방향성도 잡힌 것 같다”며 “안타는 좀 맞았지만 공은 괜찮았다. 폼은 다시 올라온 것 같다. 이제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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