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줄이겠다" 덧없는 말잔치 [공약 공염불➏]

김정덕 기자 2024. 4. 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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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22대 총선 특집 공약의 기록
2006년 4월 後 지키지 않은 약속
국민의힘 계열 공약: 비정규직
노동 유연화 기조와 다른 공약들
친기업 기조 거스른 공약 남발
진정성 없으니 성과는 보나마나
대기업 중심으로 비정규직 증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중구조다. 이들 간에는 다양한 격차가 존재하는데, 이는 양극화를 부추겨 사회 통합의 걸림돌이 된다. 정치인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2008년 18대 총선 이후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도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내놨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었다. 왜일까. 더스쿠프의 22대 4ㆍ10 총선 기획 '지키지 않은 약속 국민의힘-비정규직' 편이다.

[※ 참고: 22대 4ㆍ10 총선에서 가장 어린 유권자는 2006년 4월 11일생이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 정당은 이들이 첫 선거권을 가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공약을 내걸었고, 또 얼마나 지켰을까. 답을 찾기 위해 더스쿠프는 '22대 총선 특집: 공약의 기록' 기준점을 2008년 18대 총선 이후로 잡았다.]

국민의힘은 툭하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강조했지만,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 계열(한나라당ㆍ새누리당ㆍ미래통합당) 정당이 2008년 18대 국회부터 2020년 21대 국회까지 총선 때마다 공약을 냈는데도 효과는커녕 되레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 게 있다. 비정규직 관련 공약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걸 이해하려면 비정규직의 탄생 과정을 간단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은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경제구조를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 맞게 바꾸는 게 핵심이었는데, 거기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포함됐다. 기업이 노동력을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을 땐 곧바로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그러면 기업이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인력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이 서로 다른 모순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장만능주의가 한계에 부딪히고, 사회 곳곳에서 양극화가 나타나자 '비정규직'을 향한 관점도 조금씩 바뀌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란 구호가 등장했고,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꼬집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쉽게 말해, '비정규직'을 나라가 만들고, '비정규직 규제'도 나라가 만드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문제는 전자는 노동의 유연화를 강조해온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기조와 맞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런 흐름에서 나온 국민의힘 계열의 비정규직 공약은 효과를 냈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18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해 정규직으로의 이직을 돕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생계로 인해 시간이 부족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참여율은 저조했고, 결국 실패했다.

영세업체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리겠다고도 했지만, 지금도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54.2%(2023년 8월 기준)로 정규직(91.9%)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비정규직 수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수는 2012년 595만4000명에서 2023년 812만2000명으로 36.4% 증가했고, 비율도 33.2%에서 37.0%로 커졌다. 같은 기간 전체 임금노동자는 22.4%, 정규직 노동자는 15.4% 증가했다. 비정규직 일자리만 크게 늘었다는 방증이다.

누가 비정규직을 늘린 걸까.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실태현황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중 300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비율은 2008년 8.7%였는데, 2021년엔 20.5%로 두배 이상 늘었다.

대기업 중심으로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셈이다. 국민의힘은 경제력이 집중된 대기업들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대기업들을 지원했지만, 결과는 일자리 질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거다.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는 약속도 말잔치로 끝났다. 지난해 5월에 나온 고용노동부(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정규직 임금 대비 비정규직 임금 비율은 2012년 63.6%에서 2022년 70.6%로 10년 새 7%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문제는 정부의 다른 통계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의 격차가 더 크단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월평균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362만3000원,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195만7000원이었다. 이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54.0%에 불과하다. 같은 정부가 내놓는 자료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크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인종이나 성별 등에 따른 임금차별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공약을 지킬 수 없다는 걸 실감한 탓일까.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의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공약집엔 담지 않았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고용계약 근거를 마련할 고용계약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법안 발의조차 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비정규직 중 하나인 초등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공약 역시 공염불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22대 총선에서 내놓은 국민의힘의 비정규직 공약들은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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