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은 다시 자라” 이 말에 모두 속았다…'콩팥마을’의 비극

김자아 기자 2024. 4. 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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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마을'로 불리는 네팔의 '호세마을' 주민들이 신장 적출 수술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스카이뉴스 캡처

네팔이 ‘신장’ 비극에 시달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네팔 한 마을 주민들이 수년동안 신장을 팔아 생계를 이어오다 건강을 해친 사연이 전해지는가 하면, 열악한 환경에서 고강도 노동을 하던 청년들이 신장이 망가져 몸져 누운 사연도 전해졌다.

2일(현지시각)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네팔의 빈민가 호세마을은 집집마다 신장을 안 판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신장을 판 주민들이 많다. 인도의 불법 장기밀매 브로커들이 수년동안 이 마을을 방문해 사람들에게 장기를 팔도록 설득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돈이 급한 주민들에게 “콩팥은 적출해도 다시 자라날 것”이라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신장을 떼갔다고 한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신장을 팔았다는 마을주민 칸차와 람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했는지 셀 수 없다”며 “이 마을, 저 마을, 어디든 신장을 팔아먹은 사람이 너무 많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신장을 판 대가로 돈을 받았다. 생활고에 몰린 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껴 신장을 팔게 됐다.

그러나 몇년 뒤 이들 마을에 비극이 닥쳤다. 신장을 팔았던 주민들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몸이 쇠약해진 일부 주민들은 신장 기능 이상으로 사망까지 이르렀다.

몇년 전 31세 나이로 신장을 공여했다는 수만은 재정난에 허덕이다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했을 무렵, 신장 기증 제의를 받았다. 인도의 한 여성에게 신장을 기증한 대가로 약 500만원을 받은 수만은 “몸이 약해지고 의식을 잃기까지 했다. 이제 더이상 일을 하기도 어렵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신장을 팔지 말라고 얘기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호세마을 주민들은 이제 더이상 자신의 신장을 팔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일부 주민들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의 ‘신장’ 문제는 호세마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네팔에서는 최근 신부전증을 앓는 2030 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해 더운 나라로 일자리를 얻어 나간 청년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게 네팔 장기이식 전문가 푸카르 슈레스 박사의 분석이다.

슈레스 박사는 사우디아라비아나 두바이 등 더운 지역에서 물도 마시지 못하고 고강도 노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건강에 이상을 느껴 고국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신장이 망가진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모든 이식 환자의 3명 중 1명이 해외 이주노동자”라며 “이들이 우리 보건 의료 시설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빈곤은 네팔의 건강 위기를 촉발했고, 그 중심엔 신장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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