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한애란]당신은 아이를 낳아 행복하십니까

한애란 경제부 기자 2024. 4. 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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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부모가 되어서 행복한가.

아이를 갖는 것이 자녀 인생에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은 고작 20%. 오히려 부모가 되는 것은 자녀에게 그다지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46%)는 답변이 훨씬 더 많았다.

즉, 생각보다 많은 부모가 실제로는 아이 가진 것을 후회한다.

미래세대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하게끔 만들려면 그 부모 세대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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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경제부 기자
당신은 부모가 되어서 행복한가. 도발적인 질문이지만, 돌아올 대답은 뻔하다. 아마 대부분이 ‘당연히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지난해 퓨리서치가 미국 부모 375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그랬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 대다수는 육아가 즐겁고(82%), 보람차다(80%)고 응답했다. 육아가 피곤하거나(41%) 스트레스(29%)라는 부정적인 응답을 크게 웃돌았다. 부모가 된 것이 자신의 정체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답한 이는 무려 87%에 달했다.

아름답고 희망적인 결과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대부분 사람에게 여전히 가치 있고 중요한 일임을 보여준다. 때론 지치고 힘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부모 됨의 즐거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자녀 삶에 중요한 건 아이보다 일”

그런데 반전이 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자녀 인생에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묻자 부모들은 딴소리를 했다. 재정적으로 독립하고(88%),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88%)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아이를 갖는 것이 자녀 인생에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은 고작 20%. 오히려 부모가 되는 것은 자녀에게 그다지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46%)는 답변이 훨씬 더 많았다. 아이를 낳아 기른 게 행복의 원천이라던 사람들이 정작 자녀에겐 아이보다 일과 돈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왜 부모들은 자신이 누린 행복을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는 것일까. 이 수수께끼에 관한 물음표가 쌓이던 중 책에서 답을 찾았다. 구글 검색어를 연구한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저서 ‘모두 거짓말을 한다’이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아이 가진 것을 후회한다’라고 구글에서 검색한 건수는 ‘아이 갖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보다 35배 많았다. 인구 비율을 고려해도 자녀를 가진 사람이 구글 검색창에 ‘후회한다’고 고백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6배 더 높다. 즉, 생각보다 많은 부모가 실제로는 아이 가진 것을 후회한다. 주변인은 물론 익명의 설문조사에도 털어놓지 못하는 진짜 속마음이다.

과연 한국은 다를까. 후회의 감정을 직면하거나 들춰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아이 낳은 것을 후회한다고 해서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그들이 종종 소중한 자녀에게 건네는 솔직하면서 비밀스러운 조언이 이거다. “너는 애 낳지 마라.”

“너는 애 낳지 마”라는 솔직한 조언

아들딸에게 이렇게 입버릇처럼 말한다는 40, 50대 부모들이 주변에 참 많다. 그들에게 ‘당신은 부모가 된 것을 후회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펄쩍 뛸 것이다. 하지만 ‘애 낳지 마라’는 그 말은 사실 과거의 본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아닌가. 말을 한 본인조차 미처 깨닫지 못한 후회의 메시지를 듣는 자녀는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자녀에게 부모는 가장 가까이서 관찰해온 유자녀자이다. 출산과 관련한 자녀의 가치관에 부모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래세대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하게끔 만들려면 그 부모 세대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미 부모가 된 이들이 자기 인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생각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이 낳으면 돈 주는 식의 저출산 대책이 당장 2∼3년 안에 극적인 효과를 거두긴 어려운 이유다. 그럼 돈 많이 드는 출산 장려책을 그만둬야 하느냐고? 아니, 그 반대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독립시키기까지 모든 기간으로 지원을 더 넓혀야 한다. 꾸준한 지원으로 부모 됨의 만족도를 높여가야 한다. 그렇게 10년, 20년 이어간다면 달라질 수 있다. ‘너도 나처럼 행복한 부모가 되렴’이란 조언을 자녀에게 건네는 미래 부모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한다.

한애란 경제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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