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강유현]‘젠슨 황의 약속’… 배당만으론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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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7∼12월) 만난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여윳돈이 생기면 IBK기업은행 주식을 산다고 했다.
그래서 "공기업이라 웬만해선 망할 리 없고, 연 7% 정도 배당을 따박따박 챙겨주는 기업은행 주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올해 기업은행의 배당액은 주당 984원으로, 배당수익률은 배당결정일 1주 전 주가의 7.3% 수준이다.
이처럼 배당은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즉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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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무리된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도 배당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는 거셌다. 삼성물산이 대표적이다. 시티오브런던 등 행동주의펀드 5곳이 연합해 삼성물산에 500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액을 회사 측 제안 규모보다 70% 이상 늘리라고 요구했다. 늑대가 무리지어 먹잇감을 물어뜯는다는 의미로 붙여진 ‘울프팩’ 전략이었다. 이들이 요구한 주주환원 규모는 총 1조2364억 원으로 지난해 회사의 잉여현금흐름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표 대결에서 삼성물산이 압승하긴 했지만 회사 임원들은 소액주주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펀드들 요구대로 주주환원을 하면 투자할 돈이 없어진다”며 반대표를 읍소해야 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치중해 투자를 실기하거나 인재를 놓치면 오히려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2013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미국의 데이터 관리 및 저장업체 넷앱의 지분 4.3%를 매입했다. 포천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13년 연속 든 회사였다. 그해 넷앱의 성장세는 전년 대비 크게 둔화됐지만 엘리엇의 요구로 자사주 매입 규모를 16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늘리고 주당 15센트의 분기별 배당금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900명은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약 1년 뒤 엘리엇은 상당수 지분을 처분했다.
2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3년 만에 500조 원을 넘어섰다. 5만 원대 초반까지 밀려났던 주가를 끌어올린 건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젠슨이 승인했다(JENSEN APPROVED)”는 서명이 결정적이었다. 지난달 엔비디아의 개발자 행사 ‘GTC 2024’에서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단짜리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전시했는데, 그가 여기에 서명한 것이다. 삼성이 SK하이닉스에 내준 HBM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난달 20일 하루 만에 주가가 5.6% 뛰었다. 여기에 반도체 시장 회복세가 맞물려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며 ‘80층’(8만 원대에 주식 매수)에 갇혀 있던 주주들에겐 희망의 빛이 내려왔다.
단기 주가를 올리는 데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이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비판에 ‘밸류업’ 바람을 불어넣은 정부의 고민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기업의 본원적 가치다. 글로벌 기술 패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인재 양성이 필수다. 젠슨 황의 약속을 받아낼 수 있는 것은 단기 주가 부양책이 아니다.
강유현 산업1부 차장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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