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선수층이 완성한 '대한항공 왕조'…마침표는 정지석
정규리그 내내 고전했던 정지석, 챔프전 들어 '이름값'으로 MVP 수상
(안산=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4시즌 연속 통합 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대한항공의 힘은 두꺼운 선수층이다.
시즌 초반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 잠시 휘청거렸던 대한항공은 앞선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일궈낸 경험을 앞세워 프로배구 역사를 새로 쓰고 '왕조 건설'을 선포했다.
대한항공은 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5전 3승제) 3차전에서 OK금융그룹에 세트 점수 3-2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OK금융그룹에 잠시도 빈틈을 보이지 않고 우승 트로피를 획득했다.
2020-2021시즌부터 4회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의 '1위 고공비행' 가운데 가장 심한 난기류를 만났던 건 바로 이번 시즌이다.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가 부상 여파로 시즌 초반부터 제 컨디션이 아니었고, 에이스 정지석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소집됐다가 허리를 다쳐 개막부터 전열에서 이탈했다.
1라운드 대한항공은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기존 선수 공백을 훌륭하게 채웠다.
정지석이 없을 때는 정한용이 아웃사이드 히터 한자리를 채웠고, 이준까지 깜짝 활약을 펼쳤다.
또한 링컨이 난조를 겪을 때는 임동혁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해 상대 팀의 외국인 선수와 맞대결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대한항공의 득점을 책임졌다.
언제나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는 '만능 베테랑 선수' 곽승석은 공수 양면에서 팀에 힘을 불어넣었고, 미들블로커 김규민과 김민재 그리고 조재영은 번갈아 가며 네트 앞을 철통 수호했다.
대한항공 왕조를 이끄는 '야전 사령관' 세터 한선수는 시즌 중반 기복이 심해졌다는 평가를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유광우도 백업 세터로 경기에 나설 때마다 노련한 기량을 선보였다.
그리고 대한항공이 손꼽아 기다리던 완전체에 방점을 찍은 선수는 정지석이다.
부상 때문에 1, 2라운드를 아예 건너뛰고 3라운드부터 복귀한 정지석은 4라운드 3번째 경기인 지난 1월 5일 우리카드전에서야 처음 선발로 출전할 정도로 컨디션이 빨리 올라오지 않았다.
이제 29세인 그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회복이 빠르지 않았다"고 돌아볼 정도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이번 정규리그 한 경기 최다 득점이 22점에 불과할 정도로, 정지석은 대한항공의 4연속 정규리그 1위에 큰 힘을 보태지 못했다.
대신 그는 챔피언결정전에 돌입해서는 대한항공 대들보이자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주축 선수로 돌아왔다.
OK금융그룹과 1차전에서 혼자 31점을 터트렸고, 이중 블로킹 득점이 7개일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2차전에서 대한항공은 정지석 대신 막심 지가로프(등록명 막심)와 곽승석, 임동혁 등 다양한 선수를 활용해 공격 경로를 분산했다.
그 가운데서도 정지석은 블로킹 2개를 곁들인 10득점에 팀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디그로 이름값을 했다.
정지석이 뒤를 든든하게 지켜준 덕분에 곽승석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11득점에 공격 성공률 83.33%로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그리고 우승을 확정한 3차전에서 정지석은 18득점으로 팀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책임졌고, 우승의 주역으로 인정받아 개인 통산 2번째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대한항공이 이날 우승을 확정한 과정에서도 가장 큰 장점인 두꺼운 전력을 뽐냈다.
대한항공은 세트 점수 1-2로 끌려가던 4세트부터 한선수-막심을 빼고 유광우-임동혁을 투입하는 '더블 스위치'를 썼다.
유광우는 5세트까지 코트를 줄곧 지키면서 한선수와는 다른 방향으로 경기를 운영했고, 이번 챔프전을 끝으로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는 임동혁도 마지막 힘을 냈다.
교체 선수로 투입된 정한용이 5세트 13-13에서 챔피언십 포인트를 쌓고, 김민재가 속공으로 대한항공의 4연속 통합 우승을 완성한 장면에서 대한항공의 선수층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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