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장 알바에서 노히트 노런 투수
메이저리그(MLB) 데뷔 3년 차 무명 투수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첫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달성했다. 주인공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휴스턴 애스트로스 우완 투수 로넬 블랑코(31). 블랑코는 2일(한국 시각) 미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9회초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으며 7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노히트노런을 완성했다.
위기도 있었다. 9회초 2아웃까지 잡은 상황에서 상대 팀 1번 타자 조지 스프링어에게 이날 두 번째 볼넷을 허용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2루수 땅볼 아웃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내 감격을 누렸다. 블랑코의 완벽투에 힘입어 애스트로스는 10대0으로 승리했다. 애스트로스 투수가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건 이번이 통산 17번째(합작 포함)다.
블랑코는 도미니카 국적으로 2022년 처음 MLB 마운드를 밟았다. 당시 29세. 유소년 시절에는 타자 겸 수비수로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빼어난 송구 능력을 자랑했지만, 정작 타격이 부진한 탓에 스카우터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는 야구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18세 늦은 나이에 투수로 전향했고, 힘든 시간을 버텼다. 오전에는 투수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가족 생계를 위해 세차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버티다 애스트로스 스카우트 눈에 띄었고, 22세였던 2016년 극적으로 계약했다. 당시 계약금은 단 5000달러(약 676만원). 다른 유망주들이 보통 16~18세에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막차를 탄 셈이었다.
입단 3년 만인 2019년 트리플A까지 올라왔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마이너리그가 취소되는 불운도 있었다. 다시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22년 계약 6년 만에 겨우 MLB에 데뷔했는데, 그 시즌에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작년 6월 1일에야 MLB에서 처음 선발투수로 데뷔해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첫 승을 따냈다. 지난 시즌 17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은 4.50을 기록했다.
시즌 전 “선발진에 들지 못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이후 팀 주전 투수 저스틴 벌랜더 등이 줄부상을 당하면서 지난주 극적으로 기회를 잡았고 이날 시즌 첫 선발 등판했다. 그의 MLB 여덟 번째 선발 등판 경기였다. 현지 전문가들이 “오늘 블랑코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고 반응할 정도였고, “이전까지 블랑코는 단 한 번도 선발투수진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랑코는 기적 같은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관중석에 있던 어머니와 그라운드에서 뜨겁게 포옹했다. 그는 “여기에 오기까지 긴 여정이 있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섰다”며 “그 모든 순간이 가치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에스파다 애스트로스 감독은 “마이너리그에서 쭉 실력을 갈고닦은 한 사나이가, 정말 훌륭한 팀을 상대로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정말 특별한 방법으로 증명했다”며 “그의 여정 앞에는 늘 가족이 있다. 그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어머니 앞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였기에 (노히트노런 달성이)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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