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상처 ‘4·3’…‘4·3트라우마센터’ 시범사업 결과
[KBS 제주] [앵커]
4·3 76주년을 맞아 국립화를 앞둔 트라우마센터를 점검하는 기획뉴스 순서입니다.
오늘은 지난 4년 동안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4·3트라우마센터의 성과와 한계를 김익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늘 물이 고여 있는 땅이라서 곤을동. 옛부터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지. 어허어야 뒤야로다."]
4·3 때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을 이야기하는 시가 숲 속에 울려퍼집니다.
4·3트라우마센터에서 운영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입니다.
[강은정/4·3트라우마센터 정신건강간호사 : "뿌리? 나를 이렇게 힘들지만 이끌어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를 어머니 한 분 한 분씩…."]
희생자와 유족들이 함께 숲 속에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음 꽃을 피웁니다.
["(좋다.) 네. 맞아요. 소화도 잘 되시고…."]
북촌리 학살사건에서 부모를 잃은 윤옥화 할머니는 지금도 당시 기억을 잊을 수 없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치유의 힘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윤옥화/4·3 유족/82살 : "4·3 때 눈이 많이 와서 맨발로 학교 운동장에도 (끌려) 나가고, 눈 위에 (맨발로) 다니다 보니까, 한라산에 첫눈만 내리면 발이 시려서 못 삽니다. 그런데 아까 (맨발로 걸어서) 발도 차갑고 했는데,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니) 괜찮네요."]
["(백도라지.) 거기까지. 갑니다. 자, 시작!"]
제주 시내에 자리 잡은 4·3트라우마센터에서는 음악과 미술, 문학 등을 이용해 다양한 마음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범사업을 시작한 2020년 이후 심리상담은 물론 신체 치유와 방문 치유 등 프로그램 누적 이용 횟수는 6만 회를 넘었습니다,
[강능옥/4·3 유족/75살 : "나도 이런 아픔이 있었는데, 저분도 저렇게 아팠는데 나도 이제는 아팠던 마음, 응어리졌던 마음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실타래 풀듯이 그렇게 풀어 가는 점이 좋습니다."]
이런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현재 4·3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하는 등록자 수는 천5백 명에도 못 미칩니다.
반면 4·3 희생자와 유족은 10만 8천 명이 넘죠.
사망자를 감안한다 해도 실제 이용률은 1~2%대에 불과합니다.
이용률이 떨어지는 건 접근성 때문입니다.
서귀포나 제주시 읍면 지역에선 참여가 쉽지 않습니다.
[고완순/4·3 유족/86살/조천읍 북촌리 : "버스라도 (제주)도에서 예산을 따오면 (제주)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이런 어른들을 모셔다가 구경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직접 찾아가는 방문 치유 프로그램이 대안이지만 문제는 예산과 인력입니다.
지난해처럼 국비 6억 원과 지방비 6억 원 등 연간 12억 원의 출연금만으로 찾아가는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기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4·3 희생자와 유족뿐만 아니라 강정마을과 간첩조작 사건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트라우마센터를 국가에서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던 이유입니다.
KBS 뉴스 김익태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
김익태 기자 (k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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