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나 못 믿냐’ 의심스러운 메시지…매의 눈 행원이 딱 잡아냈다는데

로맨스 스캠 잡은 제주시농협 고정은 과장보. [사진 제공 = 제주시농협]

미국 달러가 가득 든 여행용 가방 사진을 보여주며 ‘사랑한다’는 속삭임을 하던 ‘로맨스 스캠’이 은행원의 매의 눈에 덜미를 잡혔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주시 아라동에 사는 G씨(68·여)는 지난달 14일 제주시농협 아라지점을 찾아 창구에 앉은 고정은 과장보에게 한국 이름의 계좌로 택배 이용료 3500만원을 송금해달라고 요청했다.

고 과장보는 택배비로 거액을 송금한다는 말에 직감적으로 사기임을 의심했고 다양한 사기 사례를 설명했다.

G씨는 휴대전화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여주며 외국에서 보내는 물품을 받기 위해 송금하려고 한다고 했지만 고씨의 빠른 눈은 피해 가지 못했다. 재빠르게 카카오톡 내용을 훑어본 그가 로맨스 스캠임을 확신한 것이다.

카카오톡 내용 중에는 ‘사랑한다’는 달콤한 속삭임과 ‘나를 못 믿는 거냐?’는 보이지 않는 강제성의 문자도 담겼다.

G씨는 상대방이 지인이냐고 묻자 지인이라고 했다가 최근의 비슷한 사례를 설명하며 다시 묻자 모르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G씨는 고씨의 말을 선뜻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경찰 조사 결과 G씨는 지난 2월 초순 뜬금없이 날아온 카카오톡으로 처음 상대방을 접했고,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한국 이름의 계좌와 외국 이름의 계좌로 총 1500만원을 송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송금 계좌 등을 토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고 과장보는 “경찰이나 금융감독원 등의 전화로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 어떤 전화를 걸어도 사기집단이 설치한 전화로 연결될 수 있으니 전화 통화가 됐다고 해서 절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거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고 생각되면 곧바로 112 또는 거래은행 고객센터로 전화해 지급 정지 및 피해 구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