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인적분할 추진···방산·우주에 집중

조양준 기자 2024. 4. 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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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이사회에 상정·의결 예정
정밀기계 등 비주력 부문 분할
자회사간 시너지 본격화 기대
"김동관 부회장에 힘 싣기" 분석
한화 측은 "아직 확정된 것 없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제공=한화
[서울경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력인 항공우주와 방위산업을 제외한 비주력 사업 부문을 떼어내 신설 법인을 설립하는 인적분할을 추진한다. 주력 사업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재계에서는 이번 인적분할이 그룹의 에너지와 방산·항공우주 사업을 책임지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일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및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사업 특성을 고려한 인적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5일 개최될 예정인 이사회에 인적분할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인적분할 후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신청서를 제출하는 절차가 남는다. 주주총회도 거쳐야 한다.

예상되는 인적분할 구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방산과 항공우주 등을 제외한 나머지 비주력 사업을 분리해 이들을 신설 사업으로 묶는 형태다. 산업용 장비 솔루션 업체인 한화정밀기계와 보안 업체 한화비전 등이 신설 법인 산하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 등 방산 자회사와 항공우주 자회사 쎄트렉아이 등이 남아 주력 사업으로서 집중도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한화그룹이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것은 미래 핵심 사업인 방산과 항공우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을 설립함으로써 육·해·공을 포함 우주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힌 데 이어 비주력을 분리해 방산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그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한 비주력 사업으로서는 이제부터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에 더 집중하면서 성장을 가속할 수 있고, 그동안 방산 부문에 가려 다소 주목받지 못했던 영상보안, 반도체 장비 분야도 신설지주회사에서 독자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화는 실제로 항공우주와 방산에 힘을 싣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전 연구개발(R&D) 캠퍼스를 찾아 “한화의 우주를 향한 도전은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며 항공우주 분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2018년 이후 5년여 만에 현장 행보로 김 회장이 항공우주 계열사를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특히 아들인 김 부회장과 함께 현장에 방문해 김 부회장으로의 후계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부회장은 2021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기이사(전략부문 대표)로 재직하며 그룹의 방산·항공우주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전에도 김 부회장에게 주력 사업이 집중되는 움직임이 있었다. 주력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에서도 김 부회장은 2020년부터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한화그룹은 주력 에너지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에서 한화갤러리아를 9대1로 인적분할하면서 김 부회장이 에너지 부문에 집중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지난해 3월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된 한화갤러리아 경영권이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에게 넘어간 것처럼 이번에 분리되는 신설 지주법인의 경영권을 나머지 형제 중 한 명이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인적분할 추진 소식이 알려지며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장 초반 20만500원까지 떨어졌지만 오후 들어 급격히 상승세를 보인 끝에 전 거래일 대비 15.31% 오른 24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4만5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력 계열사인 한화시스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98% 오른 1만8470원으로 마감했다.

한화 측에서는 인적분할 추진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분할은 아직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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