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정신 기리는 데 써달라”…유족들, 보상금 기탁 잇따라
제주 4·3사건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제주 4·3’을 기리는 데 써달라며 잇따라 기탁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달 31일 양인아 할아버지(82)가 동생 2명과 함께 희생자인 아버지에 대한 형사보상금 중 일부를 재단에 기탁했다고 2일 밝혔다.
양 할아버지의 부친은 4·3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에 회부돼 징역 15년형을 받고 대구형무소에 수감됐다. 수감 생활 중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대구 가창댐 인근에서 학살당했다.
어린 3남매는 뒤늦게 호적에 등재됐다. 이 과정에서 두 아들은 친아버지 호적에 등재된 반면 딸인 양인출 할머니(79)는 다른 호적에 이름을 올렸다. 4·3 당시 갑작스러운 부모의 사망 등으로 호적이 뒤엉키는 일은 다수 있었다.
양 할머니는 이후 문서상 가족관계 불일치 탓에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부친에 대한 재심 무죄 판결에 따른 형사보상금 수령 대상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양 할아버지 형제는 형사보상금을 여동생과 함께 나누고, 일부를 재단에 기부했다.
지난달 21일에는 4·3으로 아버지를 잃은 홍을생 할머니(90·조천 대흘)가 국가로부터 받은 보상금 중 일부를 재단에 기탁했다.
홍 할머니의 부친은 4·3 당시 고향인 조천읍 대흘리에서 토벌대에 희생됐다. 당시 14세였던 홍 할머니는 사건 이후 어린 나이에 국수 공장에서 일하며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홍 할머니는 2020년에도 동백나무 3그루를 구입해 4·3평화공원에 기증했다. 딸과 함께 직접 뜨개질한 동백 꽃다발을 제주4·3평화재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홍 할머니는 “기탁금이 4·3이 잊혀지지 않도록 후대에 널리 알리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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