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폭격…이란 “강력 보복”
외신 “양국, 그림자 전쟁 끝내고 새 국면에 진입” 분석
이스라엘이 1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등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이란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 근거지를 여러 차례 타격하긴 했지만, 이란 영토인 외교 공관을 직접 폭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은 강력한 보복을 천명했다. 국제사회에선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낮 12시17분쯤 다마스쿠스 남서쪽에 있는 이란 대사관 옆 영사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가디언은 “F-35 전투기가 미사일 6기를 영사관 건물에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쿠드스군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 7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란인 7명과 시리아 시민 6명 등 총 1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 4명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이번 공격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도발은 이란 영토를 직접 타격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10월7일 개전 후 친이란세력과 벌였던 교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월 다마스쿠스 마제흐 지역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을 미사일로 공격해 이란 혁명수비대원 5명이 폭사한 바 있지만, 당시 목표물이 됐던 건물은 민간 사무실이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NYT에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표적으로 삼은 것과 같다”고 진단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CNN과 인터뷰하며 “그곳은 영사관도, 대사관도 아니다”라면서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 군사 시설”이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인사들의 무게감도 예전과는 다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폭사한 자헤디 사령관은 2020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쿠드스군 총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의 측근으로, 주로 시리아와 레바논에서 작전을 수행해왔다. WSJ는 “이란과 헤즈볼라, 시리아 정부를 잇는 중책을 맡았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자헤디 사령관과 함께 사망한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부사령관과 호세인 아만 알라히 장군도 쿠드스군 주요 인물로 꼽힌다.
이스라엘군의 전격적인 이란 영사관 공격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최근 헤즈볼라와 중동 내 친이란 민병대의 이스라엘 공격 강도가 거세지자 이들의 뒷배인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워싱턴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란다 슬림은 WSJ에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너희의 전방 방어 전략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작전을 마무리한 이스라엘군이 최남단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기에 앞서 분위기 환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이스라엘 내부에서 퇴진 압박에 시달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도 나온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잇달아 패배한 데다가 시온주의자들의 야심에 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정신적 균형을 잃었다”고 밝혔다. 나세르 칸아니 외교부 대변인은 “이란은 영사관 폭격에 대응할 권리를 갖는다”며 “침략자에 대한 대응과 처벌 방식은 추후 결정하겠다”고 경고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 고유한 권리를 지닌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이 불가피해졌다고 우려했다. 바에즈는 WSJ에 “우리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다”며 “이스라엘과 이란은 항상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지만, 이제는 갈등이 공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밖에서 확전 위험을 가장 고조시킨 사건”이라며 “결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마지막 지푸라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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