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태극마크 단 고교생 “금메달 꼭 따서 돌아가신 엄마에게 바칠게요”
강승환 “후배들 위한 첫발 내딛을 것”
정성일 “MVP가 목표…나라 빛낼것”
창원기계공고 선후배…호흡 척척 맞아
“국민들 기능경기인 격려해줬으면”
앳된 얼굴의 강승환(20)·정성일(19) 선수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묻어나왔다. 첫 출전이지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 만큼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22일 매일경제가 찾은 한국산업인력공단 글로벌기술진흥원 훈련장. 강승환·정성일 선수는 오는 9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을 앞두고 진흥원에 입소해 훈련을 이어가고 있었다. 방 한 칸에서 노트북을 들고 샛노란 로봇팔을 조종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창원기계공고 선후배 사이인 두 선수는 말하지 않더라도 호흡이 척척 맞았다. 이들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수많은 담금질을 거쳤다. 지방·전국대회를 휩쓸었는데도 로봇시스템 통합 직종에서는 국가대표를 선발하지 않아서 각자 회사와 학교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강 선수는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기쁘지 않았다”며 “다른 친구들은 국가대표를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이라서 직종 선택을 후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산로보틱스에서 근무하던 중에 국가대표 선발이 이뤄진다는 얘기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정 선수는 "작년 전국대회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둬 아쉬워하던 중에 국가대표 선발 소식을 들었다"며 "마지막 도전이란 마음으로 훈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성화고 기능반 진학을 응원해주셨던 부모님과 훈련을 도와준 형·누나들을 위해 국가대표로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선수는 조기 취업을 위해 특성화고를 선택했다가 친구 권유로 기능반에서 로봇시스템 통합을 접하게 됐다. 그는 “창원기계공고 입학 당시에는 코로나19가 한창이라서 무기력했다”며 “친구 권유로 로봇기능반에 들어갔고 지방·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며 성취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정 선수는 정보통신(IT)에 대한 관심으로 경남 김해에서 창원기계공고까지 달려왔다. 정 선수는 “처음엔 메카트로닉스 기능반을 택했다가 나왔다”며 “산업용로봇 기능반을 가보니 로봇팔이 엄청난 속도로 공중을 가르는 모습에 매료돼 로봇시스템 통합 직종을 택했다”고 힘줘 말했다.
힘든 순간도 적지 않았다.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순간은 이들에겐 사치였다. 한국을 넘어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훈련만이 살길이었기 때문이다. 정 선수는 “밤늦게까지 훈련을 이어가고 주말에도 쉴 틈이 없었다”며 “로봇팔로 반복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번아웃 현상도 왔었다”고 말했다.
친구와 가족의 응원 덕분에 고비를 넘겼지만, 기능올림픽에 대한 무관심으로 힘든 적도 있었다고 한다. 올림픽·월드컵·아시안게임 등과 달리 기능올림픽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기능올림픽 국가대표를 위한 퍼레이드는 고속 성장기에 있었던 영광으로만 남았다. 강 선수는 “대회 기간 만이라도 다양한 매체에서 기능올림픽을 다뤄주고,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승환·정성일 선수의 목표는 기능올림픽 금메달에서 그치지 않는다. 금메달을 바탕으로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강 선수는 “로봇시스템 통합 직종에서 쌓았던 전문성을 살려서 한국에서 로봇시스템을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 선수는 알버트 비달(Alvert Vidal) 상도 거머쥐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기능올림픽에서 모든 부문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MVP에게만 주어지는 상이다. 정 선수는 “알버트 비달 상을 받아서 당당히 세계 최정상에 서겠다”며 “추후에는 국제지도위원이 돼 기능경기대회 활성화와 후배 양성에 힘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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