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책임 있지 않지 않느냐”던 한동훈, 하루 만에 “부족한 건 다 제 책임”
의대 정원 ‘윤 대통령 책임론’ 나오자
지원 유세에서 “내 책임” 수습 나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당내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료현장 혼란 등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부족한 게 있으면 다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우리 정부가 여러분 눈높이에 부족한 것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책임이 저한테 있지는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충남 천안·당진, 세종 등 충청권 지원유세에서 “최근에 선거와 관련해서 누가 탈당을 해야 되느니,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느니 하는 거친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며 “이번 선거는 범죄와의 전쟁과도 같다. 이러한 중대 결전을 앞두고 서로에게 핑계를 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우리를 믿고 있는 국민들을 기운빠지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부족한 게 있으면 다 제 책임이다. 저에게만 그런 얘기를 하라”며 “지금은 중요 결전 앞에서 뭉쳐야 할 때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우리가 죽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죽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전날 부산 해운대 유세 중 “우리 정부가 여러분 눈높이에 부족한 것은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그 책임이 저한테 있지는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제가 여러분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 (비대위원장을 맡은) 97일 동안 어떻게든 바꾸지 않았나”라며 “앞으로도 여러분이 원하시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니까 저희에게 기회를 한 번 주시라”고 했다. 전날 윤석열 정부의 실책 책임이 자신에겐 없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내고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은 한 위원장의 ‘책임 회피’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탈당, 대통령실·내각 총사퇴 요구까지 나오는 등 여당 내에서 불리한 여론의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돌리는 기류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 하고도 지면 깨끗이 승복하고 남 탓 말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자”며 “셀카 찍는 시간에 국민들에게 담대한 메시지나 던지라. 셀카 쇼만이 정치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했다. 홍 시장이 한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홍 시장은 전날 온라인 소통채널 <청년의 꿈>에서 한 위원장의 전날 해운대 유세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무부 장관을 했으니 책임이 크다”고 답했다.
배수진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 위원장의 전날 발언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듯하면서도 책임을 인정하는 듯 어수선하게 말했다”며 “법조인들이 쓰는 이중부정, 소위 서초동 사투리”라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그냥 ‘저는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라”며 “앞으로 9일도 남지 않았다. 조국혁신당이 준비 중인 특검 수사받을 채비도 하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양산갑 후보 지원 유세를 하면서 “70 평생에 이렇게 못 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고 말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그 분은 우리 기억력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에 나라 망해가던 것이 기억 안 나나. 부동산이 폭등하고 정말 살기 힘들었던 것 기억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그런 사람이 나서서 70년 만에 처음 본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한·미·일 공조 복원, 원전 생태계 복원, 건설현장 노조 폭력 해소 등 윤석열 정부 성과가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이 말하는 혼란 시대, 떼법이 통하는 시대로 돌아가고 싶느냐. 막아야 한다”고 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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