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람인지 괴물인지... 장승조와 연우진 그리고 김하늘이 쥐고 가는 '멱살'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4. 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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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살 한번 잡힙시다’, 또라이 연우진과 사이코 장승조 사이에 선 김하늘

[엔터미디어=정덕현] 멱살 한번 제대로 잡고 간다. KBS 월화드라마 <멱살 한번 잡힙시다>가 쥔 멱살은 꽤 질기다. 그저 그런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한 여자의 분투기로 보였던 드라마는 파면 팔수록 새로운 사실들을 꺼내놓으며 시청자들을 그 미스터리 깊숙이 끌어당긴다. 여기에 현 남편이 어딘가 사건과 연루되어 보인다는 점과 전 남친이 그 사건을 추적한다는 설정이 사건 수사와 치정 감정 사이의 기묘한 줄타기를 만들어낸다.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진짜 감정일까.

시청자들의 멱살을 쥐고 전면에서 끌고가는 장본인은 바로 설우재(장승조)라는 무언가 구린 구석이 있는 남편이다. 서정원(김하늘)은 성공한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이자 자상한 남편으로 생각했던 설우재가 살해된 연예인 차은새(한지은)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믿었던 세계가 모두 무너져 내린다. 불륜을 저질렀지만 한때의 실수였을 뿐이라며 여전히 서정원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지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설우재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설우재가 죽은 차은새 이외에도 코트를 입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고, 차은새의 살인사건에도 이들이 관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 서정원은 더더욱 남편을 믿지 못한다. 급기야 서정원은 그 여자가 남편이 소개해 상담을 받게 된 정신과의사 유윤영(한채아)이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이 차은새 살인사건에 관계가 있다고 의심한다. 도대체 어떤 게 진실인지 속을 알 수 없는 설우재라는 인물은 그래서 끝없이 궁금증을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의 멱살을 틀어쥔다.

그런데 사건의 진실을 파고 들어가는 서정원과 김태헌(연우진)이 각각 기자이며 형사라는 사실은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기자는 사건을 취재하고 형사는 사건을 수사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동선은 겹쳐진다. 그런데 둘은 3년 전 연인 사이였다. 서정원의 취재로 김태헌의 동료형사가 사망하는 사건을 겪은 후 두 사람은 헤어졌고, 서정원은 설우재와 결혼했지만 어딘가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감정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직업으로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들어가는 두 사람의 관계는 애매모호해진다. 서정원을 용의자로 의심하던 김태헌은 그의 남편 설우재가 저지른 일들을 하나하나 알게 되면서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서정원에 대한 여전한 감정이 피어오르고 설우재에 대한 분노가 생겨난다. 사건을 있는 그대로 수사해야할 형사지만 감정이 겹쳐진다. 서정원 역시 기자로서 사건의 실체를 파고들어가면 갈수록 믿었던 남편의 숨겨진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함께 진실을 향해 가는 김태헌과의 감정도 미묘해진다.

김태헌의 말처럼 설우재는 "사람인지 괴물인지" 그 정체가 모호하다. 그래서 김태헌과 서정원이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며 그 정체를 파고 들어가는 이야기가 쫄깃해진다. 하지만 김태헌과 서정원 그리고 설우재의 사적 관계는 이 사건 추적기를 감정적인 양상을 띠게 만든다. 결국 설우재가 김태헌의 멱살을 쥐고 "또라이 새끼"라고 하자, 김태헌이 설우재에게 "그럼 넌 사이코 새끼인가?"라고 되묻는 장면은 이 감정적인 양상을 잘 드러낸다.

물론 차은새 살인사건이 열어 놓은 판도라 상자 안에는 더 거대한 흑막이 존재할 거라는 걸 예감할 수 있다. 거기에는 전직 검사출신 정치인 모형택(윤제문)과 설우재의 아버지인 무진그룹 회장 설판호(정웅인)로까지 연결된 모종의 사건이 숨겨져 있다. 그 판도라 상자 안의 맞춰지지 않은 퍼즐들을 설우재의 진실을 추적하며 맞춰가는 서정원과 김태헌의 과정들이 흥미진진하다.

서사와 더불어 감정이 겹쳐져 있는 이 작품은 그래서 이 역할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자들의 연기가 절대적이다. 어떤 하나의 행동이 공적인 것인지 아니면 사적인 감정에 의한 것인지 애매하게 만드는 선을 오가는 섬세한 연기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괴물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모습으로 극의 추동력을 만들고 있는 장승조가 전면에서 끌고 나가고, 그를 추적하는 김하늘과 연우진이 뒤를 밀어주면서, 드라마는 제대로 시청자들의 멱살을 쥐고 끌고 가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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