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특단의 조치'에도 못 잡았다…사과값 천정부지 날뛴 이유
"할인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으로 투입, 사과·배 등 먹거리 가격을 최대 50% 인하하겠다"(최상목 부총리, 3월 6일)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겠다"(윤석열 대통령, 3월 18일)
급등한 사과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발언이다. 정부는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1500억원대 재정 투입을 추진했지만 사과·배 가격 상승률은 또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90%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반세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과일 가격이 요동치자 민심도 어수선해졌다. 이번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섰다. 그는 지난 15일 "최근 높은 농축산물 가격에 대응해서 긴급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3~4월에만 농산물 단가를 누르는 예산을 기존의 5배에 가까운 수준인 960억원, 전국 대형마트 등에서 농축산물 구입시 최대 2만원 할인받을 수 있는 할인 예산도 2배 이상인 500억원으로 늘리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잇단 지원책에도 3월 사과는 전년동월 대비 88.2%, 배는 87.8% 올랐다. 각각 1980년, 1975년 통계를 발표한 이후론 최고다.
지난해 3월 과일 가격이 마이너스(-)였다는 기저효과에만 기댈 수도 없다. 사과 가격은 전월 대비로도 7.8% 올랐다. 사실상 정부 대책의 약발이 제대로 들지 않은 것이다.
사과 가격 급등은 지난해 봄철 냉해 때문이다. 이상 기후로 사과 생산량이 40%대 급감한 상황에서 재정지원이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건 정부도 알고 있다.
여기에 실기론까지 겹친다. 대표적으로 급등한 과일 품목인 사과 가격이 비상적인 오름세를 보인 건 지난해 가을이다. 9월(56.3%) 상승률이 50% 선을 웃돌더니 10월(74.7%)에 70% 선을 넘어섰다.
정부가 11월 내놓은 주요 대책은 비정형과인 '못난이 사과' 공급을 늘리는 것이었다. 가격을 직접적으로 내리는 대책이 나온 시점은 설 명절 이었다. 일시적 84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책을 폈다.
그후로 정부 대책은 한 달간 공백이었다. 3월이면 과일 수급 여건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대책 마련이 늦어진 탓에 1500억원 규모의 가격지원책도 지난달 중순 이후에야 반영되면서 물가 지표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잡히지 못했다.
황경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재정지원책이 지난달 18일 집행됐는데 3월 하순(30일)으로 갈수록 가격에 반영됐다"면서 "다음 달에도 대형마트 중심에서 중소형 재래시장으로 (적용 대상을) 확산시키면 정책효과가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생산량 감소와 직결된 기후변화가 처음이 아니었단 점이다. 2020년에 발생한 이상기온으로 2021년 농작물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020년의 경우가 올해처럼 생산량이 줄었는데 2021·2022년에는 풍년작이었던 사례가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기상이변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 필요해 신규산지 육성, 내재해성 식품 보급 등 대책을 냈다"고 밝혔다.
사과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은 햇과일이 출하되는 7~8월 정도다. 파격적 대책 없인 다음 달에도 높은 수준의 가격을 보게 된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4월 사과 가격지수를 고려하면 3월과 같은 가격이 다음 달에 유지될 경우 80% 정도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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