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항 회복 시동…발묶인 선박 일부 빠져나와

이종훈 기자 2024. 4. 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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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 교랑 붕괴에 따른 항만 폐쇄로 중단됐던 선박의 통행이 제한적으로나마 재개됐습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안경비대와 메릴랜드주가 이끄는 복구팀은 다리 북쪽의 잔해 일부를 치우고 깊이 3.35m의 임시 수로를 열어 이날부터 제한적으로 선박 통행을 재개했습니다.

볼티모어항은 지난달 26일 외곽을 둘러싼 교량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이하 키 브리지) 가 대형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무너진 뒤 폐쇄됐는데 이날 임시 통로 개통으로 항만 안쪽에 갇혀 있던 일부 예인선과 바지선이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당국은 순차적으로 추가 통로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앞으로 며칠 안에 깊이 4.6∼4.9m의 두 번째 임시 수로를 남쪽에 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볼티모어항이 주로 취급하는 자동차와 기계 등을 실은 대형 화물선이 오갈 수 있을 때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섀넌 길리스 해안경비대 해군 소장은 항구를 오가는 거의 모든 선박 통행이 가능한 깊이 6.1∼7.6m의 세 번째 임시 수로도 열 계획이지만 작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길리스 소장은 강철 다리 잔해가 탁한 강물 아래에 엉켜 있어 제거 작업이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며 "물속의 잔해를 끌어 올리기 쉽도록 절단해야 하는데 그 위치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볼티모어에서는 지난 26일 새벽 동력 통제를 상실한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달리'가 키 브리지 교각에 충돌하면서 길이 2.6km의 이 다리 중 강 위를 지나는 구간 대부분이 무너졌습니다.

이 사고로 다리 위 고속도로 보수작업을 하던 근로자 중 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습니다.

무너진 다리의 잔해 제거와 다리 재건에 최소 20억 달러(약 2조 7천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키 브리지를 들이받아 붕괴를 초래한 달리 호 승무원들은 여전히 사고 선박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달리 호에는 인도 국적 20명과 스리랑카 국적 1명 등 모두 21명이 승선해 있었습니다.

선원 1명이 충돌 때 다쳤지만 상처를 꿰매면 되는 정도의 가벼운 부상이며 다른 승무원들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사고 후 일주일이 되도록 달리 호 안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키 브리지 교각과 충돌한 뒤 멈춰선 이 선박은 무너진 다리 잔해 일부에 깔린 채로 현장에 남아 있습니다.

달리 호 승무원들은 미국 당국의 조사 대상인 데다 외국인 선원이 하선해 미국 땅을 밟으려면 비자와 통과증 발급 등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해 당분간 사고 선박에 머무르게 될 전망입니다.

미국 당국도 현재로서는 달리 호 선원들을 하선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대응 통합 사령부는 조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확실치 않다면서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승무원들은 계속 배에 탑승해 있을 것"이라고 BBC에 말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선원복지협회(ISWAN)의 국제 운영관리자인 시라크 바흐리는 달리 호 승무원들이 모두 귀국하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바흐리는 "몇 주 안에 일부 주니어급 선원들은 본국으로 갈 수도 있지만 고위직은 공식 조사를 마쳐야 하고 (그 뒤에도) 미국에 남아 있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달리 호는 스리랑카로 향하는 중이었고 장기간 항해에 대비해 음식과 식수 등을 싣고 있어 승무원들이 당장 생활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사고 후 선박에 사실상 고립돼 불안정해진 선원들의 심리상태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선원들의 권익 보호 비영리 단체인 '볼티모어 국제 선원센터'(BISC)의 조슈아 메식 전무이사는 와이파이 장비를 포함한 지원품 꾸러미를 선원들에게 전달한 뒤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서 "그들은 겁을 먹었으며 접촉한 사람들에게 거의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바흐리 국제선원복지협회(ISWAN) 국제 운영관리자도 "선원들은 이미 정신적 외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외국에서 배를 타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가 사고를 초래했는 지에 대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 속에 승무원들의 정신 건강을 살피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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