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방심위 ‘윤 대통령 875원 대파’ MBC보도 민원, 또 국민의힘 작품
지난달 ‘윤 대통령 발언’ 방송에 민원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한 문화방송(MBC) 기사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민원을 넣은 주체가 국민의힘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정당·단체 제출 민원 현황을 보면 이른바 ‘대파값 논란’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에 관한 민원을 넣은 주체는 국민의힘이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0일 “민생점검 날 대폭 할인? 때아닌 ‘대파 논쟁’” 기사에서 이틀 전 나온 윤 대통령의 “나도 시장을 많이 봐서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된다”는 발언을 둘러싼 온라인·정치권의 논란을 보도했다.
국민의힘은 이 밖에도 MBC가 방송한 다수의 콘텐츠를 문제 삼았다.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지난달 13일 이종섭 당시 주호주 대사 임명과 관련해 방송한 내용에 대해 “진행자와 출연자가 일방적으로 비판했다”는 취지의 민원을 냈다. 지난 2월 29일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청부민원 의혹은 늑장수사··제보자 색출은 전광석화” 보도에 대해서도 “민원인 개인 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했다”는 취지로 민원을 냈다. 이 보도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양천경찰서를 찾아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이른바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제출한 내용 등을 다뤘다. 고 의원은 “정권에 유리한 언론지형을 만들기 위해 표적심의로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방심위 심의가 사실상 국민의힘의 ‘심의사주’에 의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1일부터 27일까지 방심위에 접수된 정당·단체 민원 총 189건 중 국민의힘이 낸 민원은 137건이었다. 이 중 77건이 MBC의 보도·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정당이 낸 민원은 0건이었다. 다만 타 정당 당직자 등이 개인 명의로 민원을 넣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의 ‘민원·고발’하면 방심위가 심의해 접속차단이나 제재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월 28일 MBC <뉴스데스크>가 전날 보도한 날씨 예보를 문제 삼는 민원을 방심위에 냈다. MBC가 ‘오늘 미세먼지 농도가 1이었다’라며 파란색 숫자 1을 사용한 데 대해 “특정 정당이 연상된다”고 주장했다. 방심위 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이 보도를 ‘신속심의’하기로 했고 지난달 14일 법정 제재의 전단계인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월 경찰이 ‘윤 대통령 연설 짜깁기 풍자 영상’도 경찰에 고발했다. 이 영상은 2022년 2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TV조선에 출연해서 했던 연설을 짜깁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저 윤석열의 사전에 민생은 있어도 정치 보복은 없습니다”라고 말한 내용을 짜깁기해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은 있어도 민생은 없습니다”라고 발언하는 것처럼 풍자한 영상이다. 방심위는 경찰 요청을 받아들여 이 영상에 대해 접속 차단 조치를 내렸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 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전 방심위원)는 “정부 여당이 대놓고 방심위를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방심위는 국정 감사를 받고 규제를 받는 기관인데, 정당이 민원을 내면 압력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입장을 내고 “국민의힘은 국민과 당원을 대표해 국민의 알 권리 증진과 공정한 미디어 환경 보장에 앞장설 책무를 가진 기관으로 선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며 “민원을 제기한 당사자와 관련해 단체와 정당 역시 일반 개인과 동일하게 익명성이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심위는 독립된 심의 기관이고 여당이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라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403270600045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329101200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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