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점퍼 입는 與, 파랑 컴백하는 野...당 색깔 엇갈린 풍경
4·10 총선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빨강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은 국민의힘 후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무채색인 흰색은 빨강(국민의힘)이나 파랑(더불어민주당)처럼 특정 정당의 색을 배제하기 때문에 지금껏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주로 사용했다. 투표일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여당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최대한 여당 당색을 빼고 ‘인물론’으로 승부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 후보들이 입는 흰색 점퍼는 ‘2번’과 후보자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써넣고, 당명은 작게 표시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흰색 바람은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에서 특히 거세게 불고 있다. 흰 점퍼는 당에서 공식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어서 후보들마다 디자인도 다르다. 당 정책위의장인 유의동 후보(경기 평택병)는 지난 주말부터 흰색 점퍼를 꺼내 입었다. 평택을에서 3선을 지낸 유 후보는 이번에 분구로 신설된 평택병으로 지역구를 옮겨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경합 중이다.
비주류뿐 아니라 일부 ‘친윤계’ 인사들도 빨간 점퍼 대신 흰 점퍼로 갈아입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박민식 후보(서울 강서을)와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지낸 이원모 후보(경기 용인갑)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구를 옮겨 3선에 도전하는 후보들도 흰 점퍼를 입는다. 재선의 이용호 후보(서울 서대문갑)와 박성중 후보(경기 부천을)는 “당명 말고 후보의 능력과 공약을 살펴봐달라”고 호소하며 흰옷 차림으로 유권자들을 만난다. 이수정 후보(경기 수원정)와 김재섭 후보(서울 도봉갑), 함운경 후보(서울 마포을) 등 여의도 입성에 처음 도전하는 후보들도 흰색을 택했다. 경기 지역의 한 후보는 “빨간 옷을 입고 명함을 드리면 현 정부를 비난하며 외면하는 시민들이 많았는데, 흰 옷을 입고 명함을 드리니 무슨 공약이 쓰여있는지 한번 쳐다보기라도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몇몇 시민은 ‘당신이 몇 년간 얼마나 꼼꼼하게 선거를 준비한 줄 아는데, 당이 그런 상황이라 속상하겠다’고 오히려 위로를 건넸다”고 했다. 인천 지역의 한 후보는 “유세에 참여하는 당원들이 다 빨간 옷을 입고 있어서, 후보를 돋보이게 하는 차원에서 흰 옷을 입고 있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흰색에서 파란색으로 갈아입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내리 3선을 했던 서울 중·성동갑을 떠나 이번엔 서울 서초을 후보로 나서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거운동 초기엔 기호와 이름만 크게 쓰인 흰 점퍼를 입고 다녔지만,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파란 점퍼를 입고 유권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출신인 민주당 강청희 후보(서울 강남을)도 유세 초반엔 흰색 점퍼를 애용했지만, 최근엔 파란 점퍼를 즐겨 입는다. 최근 민주당 내부 조사에서 강남권에서도 오차범위 안 접전지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커지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험지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도 자신감을 갖고 뛴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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