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온 반도체 호황, 이 기회 놓치면 한국 반도체 쇠락할 것
3월 반도체 수출이 117억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36% 늘어났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덕분이다. 반도체 수출이 급증세를 보이며 연관 산업의 생산과 투자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월 반도체 생산이 1년 전보다 65%나 늘었다. 반도체 생산을 뒷받침하는 기계장비 투자도 10%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8만원대, 18만원대로 올라서며 연일 52주 최고가를 갈아 치우고 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관련 150여 개 상장 기업 주가도 동반 상승하며 증시 전체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 호조가 경제 전체로 파급되며 생산·투자와 기업 실적 등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리는 선순환 효과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3년여 동안 침체했던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작년 8월 D램 가격이 바닥을 찍고 상승기로 돌아섰다. 챗GPT 열풍을 계기로 전 세계적인 AI 투자 붐이 일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의 최대 수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인 한국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메모리 세계 1위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에서 뒤처졌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 등에 밀려 2021년 18%에서 2023년 11%로 오히려 후퇴했다.
그 사이 경쟁국들은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한 몸이 되어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인텔은 2027년부터 1나노(10억분의 1m) 반도체를 양산해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2위 파운드리가 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30년 전 반도체 패권을 한국에 빼앗긴 일본은 미국 인텔, 대만 TSMC와 손을 잡고 하루 24시간 공사를 강행하는 놀라운 속도전으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공장이 송전선 문제로 5년을 허비하고,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가 용수 문제로 3년간 첫 삽도 못 뜬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반도체 상승 사이클은 한국 반도체가 재도약하느냐, 도태되느냐를 가를 분기점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다시 한번 혁신의 불꽃을 피우고 적극적인 투자 전략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국회는 연구원들을 사무실에서 내쫓는 경직적 주 52시간제를 비롯, 기업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풀고 국가 차원의 지원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경쟁국들이 천문학적 보조금을 퍼붓는 상황에서 우리도 투자액의 15%에 불과한 세액공제 폭을 대폭 확대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총선 후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반도체 지원법 업그레이드를 최우선 의제로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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