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의 창도 양효진의 방패 뚫지 못했다
역대 두 번째 통합 우승
흥국생명, 두 시즌 연속 준우승
현대건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31·카메룬·등록명 모마)가 때린 공이 흥국생명 김연경(36) 손을 맞고 코트 밖으로 튀어나가자 현대건설 선수들이 껑충껑충 뛰었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뛰쳐나와 함께 ‘강강술래’를 하면서 우승의 환희를 나눴다.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이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V리그 챔피언 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3대2(22-25 25-17 23-25 25-23 15-7)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전 전승으로 8년 만에 왕좌에 다시 올랐다. 현대건설은 2010-2011시즌 이후 첫 통합 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챔피언 결정전 우승은 2015-2016시즌 이후 8년 만이다. 현대건설은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에 선두를 달렸지만, 코로나 확산 여파로 리그가 조기에 종료되면서 챔피언 결정전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김연경의 창과 양효진의 방패
현대건설은 올 시즌 정규리그 1위(승점 80·26승10패)로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다. 리그 2위 흥국생명(승점 79·28승 8패)과 승점 차는 단 ‘1′. 흥국생명이 플레이오프에서 정관장을 2승1패로 꺾고 올라오자 팬들의 관심은 ‘창’ 김연경(흥국생명)과 ‘방패’ 양효진(35·현대건설) 맞대결로 쏠렸다. 김연경은 통산 7번째, 양효진은 5번째 챔피언 결정전을 치렀지만 그동안 둘이 챔피언 결정전에선 만난 적은 없었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 처음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난 2006-2007시즌에는 양효진이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이기 전이었고, 2010-2011시즌에는 김연경이 해외 리그에서 활약했다.
2012 런던과 2021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합작하는 등 국가대표팀에서 영욕을 함께하고, 산전수전을 겪은 두 베테랑은 마침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실력을 겨뤘다. 김연경은 1차전(23점), 2차전(28점), 3차전(23점)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날카로운 창끝을 선보이며 팬들을 자리에서 일어서게 만들었다. 양효진도 뚫기 힘든 ‘방패 블로킹’을 곁들이며 1차전(16점), 2차전(19점), 3차전(18점)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1·2차전에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블로킹 득점을 꽂아 넣었다.
김연경이 때리고, 양효진이 이를 가로막기 위해 비상하는 장면은 이번 챔피언 결정전 최대 볼거리였다. 결국 양효진이 가장 절친한 언니로 여기는 김연경을 꺾고 2010-2011시즌, 2015-2016시즌에 이어 세 번째 우승 기쁨을 누렸다. 양효진은 “그동안 ‘별’이 두 개에서 멈췄다”면서 “우승한 지 너무 오래 됐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무대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사상 첫 ‘역스윕(reverse sweep·2연승 후 3연패)’ 제물이 됐다가 올해 절치부심했지만 이번엔 ‘스윕(3연패)’을 당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54·이탈리아) 흥국생명 감독은 “열세에서 경기를 뒤집은 현대건설에 경의를 표한다. 그들은 우승할 자격이 있다”면서 “외국인 사령탑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정작 선수들은 성장과 변화를 향한 의지가 약했다. 이는 나이와 기량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2년 연속 이런 (준우승) 결과를 냈다는 건 팀에 상처가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모마의 폭격...역경 뚫고 마침내 우승
양효진이 ‘높이’를 담당했다면, 우승 선봉장은 ‘카메룬 폭격기’ 모마였다. 그는 카메룬 국가대표 출신으로 2021-2022시즌 GS칼텍스 소속으로 처음 한국 무대를 밟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현대건설에 합류했고, V리그 세 번째 시즌 만에 첫 우승은 물론 챔프전 MVP(최우수선수) 영예까지 안았다. 기자단 투표 31표 중 25표를 휩쓸었다.
모마는 챔프전 3경기 동안 109득점을 쏟아 부었다. 현대건설은 세 경기 모두 풀세트(5세트) 혈투를 치렀는데, 흔들림 없이 공격을 이끈 모마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 우승이 어려울 줄 몰랐다. 흥국생명이 힘든 상황임에도 멋진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격을 성공시키는 게 나의 의무다. 함께 지옥을 경험하며 견뎌냈던 팀 동료들과 가장 먼저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막판 외국인 선수가 부상당하며 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한국도로공사에 일격을 당하며 탈락한 바 있다. 강성형(54) 감독은 “오늘도 5세트까지 갔다.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정규리그 승점 1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생각했다.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던 게 컸다”며 “코로나 불운 등이 있었는데 마침내 해내 더 의미가 크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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