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선수들도 사로 잡은 '덕장' 강성형 감독…"딸한테 소통 배웠죠"

권혁준 기자 2024. 4. 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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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배구에서 여자 배구 사령탑으로 넘어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끝내 정상의 자리에 섰다.

처음엔 '소통'이 가장 어려웠지만, 이제는 선수들 모두와 격의 없이 지내는 '여자부 맞춤형' 감독이 됐다.

선수 은퇴 후 줄곧 남자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강성형 감독에게 여자부 프로팀 감독은 큰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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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주목…"이제는 이미지 때문에 화 못 내"
양효진 "우리 얘기 잘 들어주셔"…모마 "침착함·인내심 큰 감독님"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이 1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전에서 승리,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KOVO 제공)

(인천=뉴스1) 권혁준 기자 = 남자 배구에서 여자 배구 사령탑으로 넘어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끝내 정상의 자리에 섰다. 처음엔 '소통'이 가장 어려웠지만, 이제는 선수들 모두와 격의 없이 지내는 '여자부 맞춤형' 감독이 됐다.

현대건설은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2(22-25 25-17 23-25 25-23 15-7)로 이기며 3연승으로 우승했다.

2021년 현대건설의 지휘봉을 잡은 강성형 감독도 사령탑으로는 첫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선수 은퇴 후 줄곧 남자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강성형 감독에게 여자부 프로팀 감독은 큰 도전이었다. 여자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를 경험했지만, 팀의 '수장'으로 긴 시즌을 치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감독은 빠르게 '여자부 감독'으로 맞춰나갔다. 선수들에게 화를 내기 보다는 부드럽게 설명하고, 최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려 노력했다. 예민한 여자부 선수들을 잘 다독이며 팀을 하나로 만들었다.

1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경기에서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이같은 '덕장'의 면모는 현대건설을 '최강'으로 만든 원동력으로 꼽힌다.

강 감독은 "지금은 화를 많이 내고 싶어도, 이미지가 만들어져 있어서 그렇게 못 한다"며 웃었다. 3년 차가 됐지만 여전히 선수들과의 소통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한다. 선수들은 대부분 '딸뻘' 정도의 나이차인데, 집에 있는 실제 딸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강 감독은 "어떤 일이 생기면 딸에게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다.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선수들도 강 감독의 끊임없는 노력에 마음을 열었다. 경기 전 하이파이브를 강하게 치는 등 격의 없는 장난을 치고, 작전 타임 중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베테랑 양효진도 강성형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양효진은 "감독님이 남자팀에 계시다 오셨기 때문에 소통을 어려워하셨다"면서 "처음에는 우리와 말하는 것도 어려워하셨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우리가 다가가려고 할 때 감독님이 잘 들어주셨고, 그러면서 강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1차전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도 '괜찮다'고 하면서 믿어주셨다. 감독님의 인내심 덕에 선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이 1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전에서 리베로 김연견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KOVO 제공)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모마도 "감독님은 열정이 넘치고, 인내심이 많은 분"이라고 했다.

그는 "감독님이 가진 침착함은 코트 안에서 도움이 된다"면서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감독님 덕분에 하나로 모일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선수들의 '칭찬 릴레이'와는 별개로, 이날 우승 세리머니에서 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사랑의 구타'를 당해야 했다.

그는 "선수들이 많이 때렸다. 어깨가 너무 아프다"면서 "이다현이 특히 많이 때렸고, 마지막 한 방은 양효진이 때렸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래도 우승의 기쁨으로 씻겨 나가고도 남을, '기분 좋은 고통'이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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