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남성과 영통”···누이 명예살인한 형제, 아빠는 이를 지켜봤다

EPA연합뉴스

[서울경제]

파키스탄에서 집안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자기 누이를 일명 '명예 살인'하는 사건이 발생했디. 특히 남자 형제에게 살인당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1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펀자브주 토바 텍 싱 마을에 사는 22세 여성 마리아 비비는 지난달 17일 남매인 무하마드 파이살에 의해 교살당했다.

사건 당시 그의 아버지 압둘 사타르는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또 다른 남자 형제인 셰바즈는 해당 장면을 촬영했다. 셰바즈는 이 영상을 SNS에 공개했고 영상은 빠르게 확산하며 대중의 공분을 일으켰다.

해당 영상에는 파이살이 침대에서 비비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나오고, 아버지 사타르는 곁에서 이를 보고 있다. 셰바즈가 “아버지, 이제 놓으라고 말해주세요”라는 음성이 나오지만, 파이살은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상황이 모두 끝난 뒤에는 사타르가 파이살에게 마실 물을 권하기도 한다.

현지 경찰은 즉시 수사에 들어가 가족 용의자들을 지난달 30일 체포했다. 가족들은 비비가 자연사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살인 동기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사건 주범인 파이살이 경찰 조사에서 "비비가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과 여러 차례 영상 통화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이번 사건을 명예 살인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끔찍한 일'이라며 비판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그들을 공개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파키스탄의 이슬람교가 이렇게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들이 얼마나 이슬람교를 사랑하는지 보여준다"고 비꼬았다.

한편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이슬람권에서는 집안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이 여성을 살해하는 악습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파키스탄 인권단체 '파키스탄인권위원회'(HRCP)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16건의 명예 살인이 파키스탄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가족을 살해한 뒤에도 이를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건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키스탄 정부는 명예 살인을 방지하기 위해 2016년 이에 대한 처벌을 ‘징역 25년 이상’으로 강화했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