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집중] 이유 있는 과일값 폭등…“이대론 안 돼”
[앵커]
크게 올랐던 사과 값이 대체 과일 수입량이 늘어나고, 가격 할인 지원 예산 등이 투입되며, 조금씩 진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과일 편히 사 먹기엔 여전히 부담이 적지 않은데요.
이렇게 과일값이 오름세면 과수 농가들은 반길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왜 그런 건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박영민, 박효인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북 문경의 사과 재배 농가, 모처럼 사과를 팔아 목돈을 만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일찍 접었습니다.
지난해 가을 전년보다 60%가량 오른 가격으로 농협에 출하하긴 했지만 소득은 반토막 났기 때문입니다.
냉해와 병해충으로 생산량이 3분의 1 줄어든 데다 인건비와 농자재값까지 올라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3천만 원 정도였습니다.
[지승용/사과 재배 농민 : "'사과 농사지으면 돈 벌겠구나' 하지만 모든 비용을 따져봐서는 저희 농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감귤 농가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비싼 사과와 배를 대체한 귤의 소비가 크게 늘면서 감귤값이 80% 가까이 올랐어도 상승분만큼의 이익을 보지 못했습니다.
[현성익/감귤 재배 농민 : "(3.75㎏에) 3천 원, 3천5백 원 많이 줘야 그렇게 해서 포전거래(밭떼기 거래)를 해요. (시장에선) 만 원, 만 오천 원 이렇게 받잖아요."]
유통구조가 왜곡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사과의 경우 생산에서 소비까지 5단계를 거치고 나면, 최종 소비자 가격은 농민 출하 때보다 3배 가까이 뜁니다.
운송 등 유통 단계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60%가 넘습니다.
이 중 도소매 과정에 붙는 이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 과정에 대형 도매법인들이 독점 운영하는 경매제가 한몫합니다.
경매가 등락 폭이 심해 농민으로서는 제값을 받고 있는지 의심이 큰데, 도매법인들은 경매 물량이 적든 많든 수수료만 챙기면 되는 구조여서 유통비용만 높이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된 게 서울 강서시장에서 운영 중인 '시장 도매인' 제도 활성화입니다.
경매 단계를 아예 없애 유통 단계를 3단계로 줄인 만큼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김완배/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명예교수 : "(유통)시간도 짧아지니까 신선도 유지하는 데도 유리하겠죠. (그래서) 유럽은 벌써 오래전부터 이러한 거래 제도를 하고 있는 거죠."]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선 유통 체계 혁신과 더불어 이상 기후에도 적정 생산이 가능한 기술 개발이 절실합니다.
특히 농가 고령화가 심화되는 만큼 노동력 절감 방안에 대해서도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실태와 과제를 박효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분무 장치 수백 개가 자동으로 농약을 뿜어냅니다.
트랙터가 지나가자 불필요한 나뭇가지가 잘려나갑니다.
자동화 장비 덕분입니다.
그동안 일일이 손으로 하던 솎아내기 작업도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양상진/농촌진흥청 사과연구센터 농업연구관 : "저희가 조사해 본 경우는 적어도 20~30% 이상은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배 밭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선풍기 모양의 장비, 기온이 설정 온도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따뜻한 바람을 내보내는 '방상팬'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배 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최근 해마다 냉해를 입자 피해를 막기 위해 개발된 장비입니다.
[견민수/배 재배 농민 : "찬 공기가 정체된 걸 흩어지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요. 그러면서 냉해가 줄어들죠."]
이처럼 노동력을 줄이고 이상기후에도 대비할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 농법'이 국내에도 잇따라 선뵈고 있습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고령화로 생산력이 떨어져 가는 농촌에는 고무적인 일입니다.
[윤태명/경북대 원예과학과 명예교수 : "(농가 고령화 대비해) 인력에서 기계나 첨단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돼요."]
전문가들은 수입 물량을 늘려 국내 가격을 조절하는 땜질식 처방보다는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을 위해 자동화 농법 확대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박효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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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박효인 기자 (izza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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