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지환 독주는 없다? 유격수 골든글러브 경쟁자가, 그것도 두 명이나 나타났다

김태우 기자 2024. 4. 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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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의 새 리드오프로 공수 모두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는 KIA 박찬호 ⓒKIA타이거즈
▲ 공수 모두에서 개인 최고 시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SSG 박성한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8년 이후 KBO리그 골든글러브는 김하성(29‧샌디에이고, 당시 키움)의 평정이었다. 김하성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따내며 자타공인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됐다. 그리고 그 김하성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계약을 해 KBO리그를 떠났다.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도 많은 팬들의 큰 관심이었다.

김하성의 후배인 김혜성이 2021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강정호-김하성-김혜성으로 이어지는 키움의 유격수 황금장갑 계보가 만들어지는 듯했지만, 김혜성이 2루로 자리를 옮기면서 다시 주인공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오지환(34‧LG)이었다. 오랜 기간 성숙의 시간을 거친 오지환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 유격수다. 기본적인 수비력은 리그 최강이다. 여기에 장타를 때릴 수 있는 유격수라는 차별화된 매력이 있다.

오지환은 2022년 142경기에 나가 타율 0.269, 25홈런, 87타점의 호성적을 거두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126경기에서 타율 0.268, 8홈런, 62타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수성에 성공했다. 올해도 가장 유력한 유격수 골든글러브 후보 중 하나다. 이제 경기력의 기복도 크지 않을 정도의 완성형 유격수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주는 힘들지 모른다. 따라오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오지환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박찬호(29‧KIA)가 대표적인 선수다. 박찬호 또한 오지환처럼 경기력이 성숙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에너지 넘치는 수비, 리그 최고 수준의 주루 센스는 일찌감치 인정받고 있었지만 기복이 있었고 공격에서 힘을 쓰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2022년 130경기에서 타율 0.272를 기록하며 꿈틀대더니, 지난해 130경기에서 타율 0.301, 52타점, 30도루, 73득점을 기록하면서 규정타석 3할 유격수가 됐다.

오지환에 밀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3할 유격수라는 것은 꽤 큰 프리미엄을 가진다. 여기에 지난해 투표에서 선전하며 인지도를 높인 것 또한 긍정적인 대목이 될 수 있다. 그런 박찬호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고 있다. 시즌 6경기에서 타율 0.375, 출루율 0.423을 기록하며 힘을 내고 있다. 장타가 많은 선수는 아니지만 올해는 장타도 곧잘 나온다. 장타율 0.458은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경력 최고 수준이다.

이범호 KIA 감독은 타격감이 좋은 박찬호를 리드오프로 전진배치하는 타순을 구상하고 또 실행하고 있다. 유격수라 체력적인 부담이 크기는 하지만 박찬호가 출루하면 빠른 발을 이용해 대량 득점이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박찬호도 리드오프로 출전한 이후 출루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시즌 초반 출루율이 좋다. 이 감독도 박찬호가 리드오프로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고민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찬호만 따라오는 게 아니다. 박성한(26‧SSG)의 플레이도 점차 기세를 타고 있다. 박성한은 2021년 타율 0.302, 2022년 타율 0.298을 기록하며 유격수로 3할을 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다만 김혜성과 오지환의 공격 성적이 워낙 화려했던 까닭에 골드글러브 투표에서는 매번 외면을 받았다. 골든글러브 투표가 점수제가 아닌 1인 1표라는 점에서 손해를 본 것도 있지만, 그래도 실력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해에는 타율이 0.266까지 떨어지며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 3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을 노리는 오지환의 아성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곽혜미 기자

그러나 올해 초반 활약이 좋다. 박찬호가 타율이 높다면, 박성한은 출루율에서 장점을 보인다. 박성한은 시즌 첫 8경기에서 타율은 0.276으로 평범한 수준이지만 무려 10개의 볼넷을 골라내 출루율은 0.462에 이른다. 출루율 측면에서는 오히려 박찬호보다 높다. SSG 전력 분석팀은 지난해 스트라이크-볼 판정에서 박성한이 손해를 본 게 가장 많다는 분석이었는데, ABS 시스템 도입 이후 확실한 자기 존이 있고 선구안이 있는 박성한이 예상대로 출루율에서 치고 나가고 있다. 박성한의 볼넷 비율은 최근 3년간 매년 10%가 넘는 훌륭한 수준이며, 올해는 25.6%에 이른다. 웬만해서는 쉽게 안 죽는다.

또 하나의 고려 대상인 수비에서도 오지환 박찬호를 따라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수비가 어느 정도 완성된 오지환 박찬호에 비해 어쩌면 수비 향상 여지가 더 큰 선수이기도 하다. 사이즈가 비교적 큰 유격수라 3·유간 수비에서는 이미 두 선수에 버금가는 선수로 성장했다는 호평까지 나온다. 워낙 수비 센스가 좋은 선수라 안정감만 찾는다면 이제 완성형 유격수로 굳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물론 두 선수의 뜻대로 레이스가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오지환이라는 아성이 생각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두 선수 이상의 장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고, 물 흐르는 듯한 수비력은 리그 최고다. 오지환이 도전을 물리칠지, 세 선수의 치열한 레이스가 벌어질지, 혹은 다른 선수들이 나와 이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될 올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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