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게 익숙했는데…완전히 달라진 한화
32년 만의 ‘7연승’ 들뜨지 않아
프로야구 한화의 초반 기세가 맹렬하다. 개막 8경기에서 1패 뒤 7연승을 질주 중이다. 7승1패로 시즌을 시작한 건 전신 빙그레 시절인 1992년 이후 32년 만이다. 꼴찌 다툼이 익숙했던 한화는 이제 순위표 꼭대기로 올라가 선두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 류현진·문동주…확 달라진 선발진
개막 8경기 기준 지난해 선발투수 평균자책은 3.93(7위)으로 하위권이었지만, 올해에는 2.57(2위)로 대폭 개선됐다. 최근 한화에 3연전 싹쓸이 패를 당한 이강철 KT 감독은 “작년에 한화를 상대로 이긴 경기를 보면 선발투수가 무너졌을 때 이겼다”면서 “올해는 선발 싸움에서 밀리니까 이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류현진, 펠릭스 페냐, 김민우,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에서 구멍을 찾기 힘들다. 오히려 ‘상수’로 평가받는 류현진의 성적이 승수로나 평균자책으로나 가장 좋지 않다.
승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계투요원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주현상과 한승혁은 개막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특히 한승혁은 미지수의 선수였는데, 시범경기 때부터 현재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상당히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불꽃 타선…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지난해 한화는 팀 타율(0.241), 득점권 타율(0.240), OPS(출루율+장타율·0.674) 등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외국인 타자의 부진이었다.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는 올해 한화의 ‘히트 상품’ 중 하나다. 8경기 타율이 0.517에 달한다. 홈런을 벌써 4방이나 터트렸고, OPS는 1.617에 달한다. 페라자, 채은성, 노시환, 안치홍으로 이어지는 2~5번 타순은 어디에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호주·일본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통해 이진영을 밀어내고 주전 중견수를 차지한 임종찬은 지난달 29일 대전 KT전 9회말 2사 1·2루에서 끝내기 2루타를 치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누구도 ‘내 자리’ 안심할 수 없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연승 가도를 달리는 중에도 라커룸 분위기는 들뜨지 않고 차분했다고 한다. 한승혁은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부족했던 점과 앞으로 해야 할 일만 생각한다”며 “아직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족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베테랑 포수 이재원은 “처음 연승을 할 때는 계속 이겨서 ‘어?’ 하며 당황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때 최고참 (김)강민이 형이 선수들에게 ‘당연히 해야 하는 멤버고, 충분히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며 “3~4연승 이후부터는 차분히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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