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이어온 ‘동춘서커스’ 함께 지켜주세요”
박세환 단장의 소망
대중문화 원조이자 소중한 자산
내년 100주년엔 ‘세계 페스티벌’
서커스 아카데미 설립 동분서주
“정부·지자체 체계적 지원 절실”
창단한 지 99년째가 되는 서커스단이 있다. 국내에선 유일한 ‘동춘서커스단’이다. 박세환 단장(80)이 이끌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시 대부도 초입에 있는 동춘서커스단에서 만난 박 단장은 주말 공연 진행 상황을 점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천막으로 꾸며진 공연장엔 오전 시간임에도 200명가량의 관객이 찾아왔다. 아이들에게 서커스 공연을 체험시켜 주려는 가족 단위 관객이 대부분이었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는 70·80대 관객은 물론이고 친구들끼리 찾아온 20대도 많았다.
박 단장은 서커스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박 단장은 “마땅한 공연문화가 없었던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서커스가 서민들의 유일한 즐길 거리였고 동네 축제의 장이었다”면서 “규모 면에서는 태양의 서커스에 열세지만 공연 내용과 수준은 세계 어느 서커스단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창단 100주년을 앞두고 다양한 계획도 세우고 있다. 오는 5월4~5일에는 서울 노들섬에서 공연을 열기로 했다. 내년에는 중국·러시아 등 5개국 서커스단과 공동으로 전국 곳곳에서 ‘세계 서커스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해 준비가 한창이라고 전했다. 동춘서커스단의 안정적 공연을 위해 기존 공연장 인근에 1200평 규모 부지도 매입한 상태다.
그는 젊은 시절 가수를 꿈꿔 동춘서커스단에 합류했다. 이곳에서 사회자·배우·코미디언까지 두루 소화했다. 당시 서커스단에선 호랑이·코끼리·원숭이 같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동물들의 묘기는 물론 마술·연극·대중음악·코미디·무용 등 종합적인 공연이 펼쳐졌다. 그러나 TV가 대중화되면서 단원 상당수는 방송으로 빠져나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15개에 달했던 서커스단은 급속히 줄어들었다. 1925년 박동수씨가 국내 최초로 창단해 대를 이어 운영하던 동춘서커스단은 1985년 큰 태풍 피해를 보면서 존폐의 기로에 섰다.
박 단장은 “대중문화의 원조이자 산실 역할을 해온 동춘서커스단이 해체되는 걸 지켜만 볼 수 없어 1987년에 당시 잠실 아파트 3채 가격에 인수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면서 “동춘서커스단은 어려울 때마다 국민이 아껴주고 키워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공연을 계속할 수 있었던 자랑스러운 한국의 공연문화 자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동춘서커스단은 월요일을 빼고는 매일 공연을 열고 있다.
서커스에 평생을 바친 박 단장의 소망은 한 가지다. 국내에 제대로 된 ‘서커스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것이다. 체계적인 후진 양성을 위해서다. 중국의 경우 서커스를 배울 수 있는 학교가 300개가량이나 된다. 동춘서커스 단원 대부분이 중국 출신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단장은 “서커스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을 바탕으로 하는 공연예술”이라며 “체조처럼 8~10세 때부터 수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훌륭한 단원이 배출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무대 공연부터 기획·연출까지 아우르는 교육·훈련 기관을 설립해 체계적으로 지원해주길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한대광 선임기자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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