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7천원씩 주라고? 폐업까지 고려"…최저 시급 올린 미국 캘리포니아

'고물가' 지역으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상황을 고려해 최저 시급을 20달러(약 2만7000원)로 인상했다. /로이터=뉴스1

'고물가' 지역으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프랜차이즈 업계 최저 시급을 20달러(약 2만7000원)로 인상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부터 캘리포니아주 패스트푸드점 직원들은 최저 시급 20달러(약 2만7000원)를 적용받는다. 이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최저 임금인 15.50달러(약 2만925원)보다 29％ 높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해 9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미국 전역에 60개가 넘는 지점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체인 종사자의 최저임금을 20달러(약 2만7000원)로 올리는 신속 법안에 서명했다. 뉴섬 주지사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일하는 50만명 이상의 근로자 중 상당수가 용돈을 버는 10대가 아닌 가족을 부양하는 성인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와 피자헛 등 프랜차이즈 업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폭스 비즈니스는 이 법 시행 직전에 피자헛, 서던 캘리포니아 피자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대량 직원 해고를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경제 불황'을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P통신은 지난달 23일 "캘리포니아주의 실업률이 미국에서 가장 높다"며 "팬데믹 이후 첫해에 과잉 고용을 시작해 그 이후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제학과 교수도 "캘리포니아 경제는 전국 경기 침체의 선두 주자"라고 지적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패스트푸드 매장 10개를 운영하는 알렉스 존슨은 "최저시급 인상으로 매년 47만 달러(약 6억3000만원)를 더 지출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제품 가격을 5~15％ 인상해야 한다. 이 법은 우리 사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을 매각하거나 심지어 폐업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캘리포니아에 새로운 매장을 열거나 신규 고용할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을 약 2배 가까이 인상해 왔다. 최저 임금 인상 당시 일각에서는 고용주의 지출이 증가하면 일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버클리 대학 노동경제학 교수 마이클 라이히는 "최저 임금이 올라도 고용은 떨어지지 않았다"며 "우리는 긍정적인 고용 효과를 발견했다"고 반박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