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상처 ‘4·3’…‘트라우마’ 희생자 인정 이어져
[KBS 제주] [앵커]
제주4·3은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를 트라우마라고 하죠.
국가도 트라우마 치유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올해부터 4·3트라우마센터를 국립으로 운영할 계획인데요.
4·3 76주년을 맞아 국립화를 앞둔 트라우마센터를 점검해봅니다.
첫 순서로 트라우마 후유장애를 앓는 희생자들의 사연을 김익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문인옥 할머니는 16살 때 아버지가 죽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문인옥/4·3 희생자/1932년 생 : "아버지를 여기서 죽입디다. 총을 쏴서 (총탄이) 여기로 나온 거죠."]
오빠가 산에 올라갔다는 이유로 자신도 경찰에게 수차례 전기 고문을 받았습니다.
1948년 그때의 경험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입니다.
[문인옥/4·3 희생자 : "나 이름도 못 씁니다. 부모도 없고 그 매를 맞으니, 학교에 다닐 수 있겠습니까?"]
문 할머니는 희생자 6차 추가신고 기간인 2020년 트라우마를 이유로 한 첫 4·3 희생자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집니다.
[문인옥/4·3 희생자/후유장애 : "무슨 좋은 말이라고 얘기합니까. 오늘도 잘못 얘기하는 거 아닌가? 오늘 얘기한 것을 이유로 또 잡아다가 취조 하는 거 아닌가요?"]
한덕양 할아버지는 4·3의 소용돌이 속에 아버지와 형을 잃고 자신도 경찰로부터 모진 고문을 받았습니다.
[한덕양/4·3 희생자/1934년 생 : "서너 시간 거꾸로 매달아서 내버렸다 때리고 하니까, 입으로 피·물 팍팍 뱉으면서 (죽다시피 하니까 나를 내버렸어요)."]
무자비한 폭력의 기억은 지금도 가해자의 이름을 되새길정도로 상처로 남았습니다.
[한덕양/4·3 희생자/후유장애 : "경찰관 이름도 잊어버리지 않아요, 김태수! 안덕 덕수리 나보다 3년 선배. 무보수경찰로 들어간 그놈하고 (둘이)."]
이처럼 트라우마는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후유장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마감된 8차 추가신고 기간에도 트라우마를 호소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4·3실무위원회는 이 가운데 2명을 트라우마 희생자로 인정하고, 4·3중앙위원회에 최종 심의·결정을 요청했습니다.
트라우마 희생자 신청을 위해서는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 필수입니다.
여기에 정신건강심리상담전문가의 심리평가보고서를 근거로 4·3실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가 심의해 결정합니다.
4·3희생자 신청을 추가로 받을 경우 트라우마 희생자 신청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정영은/4·3트라우마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직접 경험하신 생존희생자의 내용이 아니더라도, 유족, 또 2세대·3세대 유족들도 유사한 트라우마 증상 또는 영향들을 갖고 계실 수 있죠. 충분히 그렇습니다."]
트라우마의 문제는 76년 전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익태입니다.
촬영기자:강재윤·부수홍
김익태 기자 (k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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