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2년 연속 우승 좌절' 현대건설이 웃었다, 흥국생명 꺾고 13년 만의 통합우승 [챔피언결정전 현장리뷰]

[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범실을 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 인천=김진경 기자

2008~2009시즌 이후 15년 만에 V리그 우승을 노렸던 '배구 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의 도전이 또 한 번 좌절됐다. 김연경 못지않게 간절했던 현대건설이 그 주인공이었다.

현대건설은 1일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위치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챔피언 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점수 3-2(22-25, 25-17, 23-25, 25-23, 15-7)로 이겼다.

감격의 우승이다. 현대건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창궐 이후 가장 손해를 본 팀이었다. 2019~2020시즌, 2021~2022시즌 모두 정규리그 1위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지 못했었다. 2021~2022시즌에는 개막 12연승과 또 한 번 15연승을 내달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기에 아쉬웠다.

2015~2016시즌 이후 8년 만에 이룬 통산 세 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다. 정규리그 1위도 동시 달성한 통합 우승은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이다. 2015~2016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을 내리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전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우리도 5세트를 두 번이나 했기 때문에 체력 부담은 서로 똑같다. 첫 세트를 잘하면 상대의 피로도가 더 빨리 올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1차전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풀어가겠다"라고 말했다.

강 감독의 말대로였다. 현대건설은 앞선 두 경기처럼 이날도 첫 세트를 내줬으나, 2세트부터 안정적으로 점수를 뽑으며 승리를 챙겼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가 37점, 양효진이 18점을 기록했다.

모마는 기자단 투표 총 31표 중 25표(양효진 6표)를 받아 챔피언 결정전 MVP에 올랐다.

반면 흥국생명은 1세트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2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은퇴를 미루면서까지 간절하게 우승에 도전했던 김연경은 이날 23점을 포함 챔피언 결정전 3경기에서 74점을 올렸으나, 팀 패배로 보상받지 못했다.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이 30점,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가 23점으로 분투했으나 이번에도 한끝이 모자랐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2023~2024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치러진 삼산체육관 전경. /사진=한국배구연맹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공격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 인천=김진경 기자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은 김다인(세터)-위파이 시통(아웃사이드히터)-이다현(미들블로커)-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아포짓스파이커)-정지윤(아웃사이드히터)-양효진(미들블로커)-김연견(리베로)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이주아(미들블로커)-이원정(세터)-김연경(아웃사이드히터)-김수지(미들블로커)-윌로우 존슨(아포짓스파이커)-레이나 토코쿠(아웃사이드히터)-김해란(리베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현대건설은 1세트 초반 정지윤과 모마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6-1로 앞서갔다. 하지만 흥국생명도 김연경의 서브 에이스를 시작으로 윌로우와 레이나가 계속해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한 점씩 따라붙었다. 본격적으로 두 팀의 경기가 불이 붙은 건 흥국생명이 8-11로 뒤졌을 때 김연경이 위파위의 퀵오픈을 막아낸 순간이었다. 뒤이어 윌로우도 모마의 퀵오픈을 막아냈고 김연경이 시간차 득점에 이어 서브 득점까지 해내면서 마침내 12-12 동점을 이뤘다. 이때부터 접전이 펼쳐졌다. 현대건설의 위파위는 16-19에서 3연속 득점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20점 이후에는 흥국생명 외국인 선수들의 공격력이 폭발했다. 윌로우의 퀵오픈으로 세트 포인트를 만들었고 레이나의 공격이 양효진의 손에 맞고 라인 밖으로 벗어나면서 흥국생명이 1세트를 가져왔다.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현대건설 모마가 공격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 인천=김진경 기자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현대건설 양효진이 흥국생명 김연경 김나희 블로킹을 피해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 인천=김진경 기자

2세트도 현대건설이 주도했다. 이번에는 흥국생명에 흐름을 빼앗기지 않았다. 정지윤이 2세트 득점으로 조금씩 살아난 가운데 양효진이 공·수에서 힘을 보탰다.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레이나가 번갈아 득점했으나, 윌로우 쪽이 계속해 막히며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김연경은 11-20으로 기세가 넘어간 상황에서도 분투했다. 2연속 시간 차 득점에 성공한 데 이어 모마의 공격을 막아내는 등 혼자의 힘으로 15-21까지 추격했다. 윌로우가 뒤늦게 2득점 하며 불을 붙여봤지만, 이미 벌어진 점수 차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접전이 펼쳐진 3세트 후반부터 재밌어졌다. 흥국생명이 17-16으로 앞선 상황에서 벌어진 치열한 랠리 끝에 모마가 공격을 시도한 것을 김수지가 블로킹해냈다. 모마가 곧장 2연속 득점으로 동점을 이뤘으나, 김연경과 윌로우가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먼저 20점 고지에 올랐다. 현대건설로서는 비디오 판독 찬스를 다 쓴 것이 아쉬웠다. 20-20에서 나온 윌로우의 퀵오픈 득점에 대해 현대건설은 라인을 벗어났다며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김다인이 경고를 받고 끝났다. 마지막은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이 절묘하게 넘긴 공이 현대건설 코트 빈 곳에 떨어지면서 흥국생명이 3세트를 가져갔다.

4세트는 흥국생명이 주도권을 쥔 채 경기가 이어졌다. 현대건설은 중앙의 양효진을 집중적으로 활용해 포인트 싸움을 이어가며 양 팀은 20-20 동점으로 후반에 접어들었다. 현대건설을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윌로우의 서브 범실로 만들어진 24-23에서 모마가 백어택을 때려넣으며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현대건설이 5세트에도 그 분위기를 이어갔다. 양효진이 김연경의 공격을 막아내 첫 득점을 기록한 현대건설은 양효진과 모마의 연속 득점으로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모마가 서브 에이스에 이어 백어택으로 계속해서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양효진은 애매하게 토스된 공을 살짝 방향만 틀어 10점째를 만들었다. 모마의 강스파이크를 윌로우가 막지 못하며 챔피언 포인트가 됐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