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ETF 발행” “과세 유예”…‘코인개미’ 겨냥한 선심 공약

김경민 기자 2024. 4. 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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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약 뜯어보기 ⑥
세 부담 낮추고 투자자 보호 강화
가상자산 재산 증식 제도화 명목
경제 파급효과 고려 않고 ‘표심’만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원칙 어긋나
주식 등 실물 투자 유도에도 역행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코인개미’ 표심을 겨냥한 가상자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세금 부담을 낮춰주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 가상자산이 재산 증식 수단으로 활용되도록 제도화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하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완화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에 어긋나고, 주식시장을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주주·노동자에게 갈 자금이 투기성 짙은 가상자산으로 쏠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법상 내년 1월1일부터 공제한도인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대해 20% 세율로 분리과세를 한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관련 법제화가 완료될 때까지 과세를 추가 연기하는 공약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도 가상자산 투자소득 공제한도를 국내 주식에 준하는 5000만원까지 늘리는 공약을 발표했다.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매기는 세금을 줄여주자는 것이다. 반면 녹색정의당은 공제한도를 유지하고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표심 얻기에 급급한 거대 양당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과세 완화에 앞장선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역행한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투자로 소득이 생기면 전부 과세하는 게 원칙”이라며 “가상자산에 투자될 돈이 주식·실물 투자로 가도록 유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간다는 건 선심성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회기 중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거래 금지,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백지신탁 도입을 공약했다. 양당 모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오는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법은 불공정행위 처벌 등 투자자 보호 조항이 포함됐지만 코인 발행 규제 등은 빠져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여당은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가상자산 전담위원회 설치 및 거래소 표준 공시제도를 추진해 가상자산 유통·발행량 기준을 통일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통합감시 시스템을 설치하고 개별 거래소의 오더북(장부)을 통합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특성상 표준 공시제도를 구축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내에서 상장되는 ‘김치코인’에만 규제가 적용될 경우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기업들이 규제가 없는 해외에 법인을 세우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기관투자가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가상자산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상장·거래도 추진한다. 가상자산 ETF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편입 허용도 공약에 담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워낙 크고 가격 상한가도 없어 파생상품보다 위험한데, (ISA로) 국민들한테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운용사들이 가상자산 ETF 출시에 적극 나설지도 미지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홍콩 ELS 사태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만큼 운용사들이 섣불리 나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토큰증권 입법도 거대 양당이 내세운 주요 공약이다. 토큰증권은 미술품과 지식재산권 등의 권리를 잘게 쪼개 분산원장 기술을 통해 발행하는 증권으로 아직 법제화되진 않았다.

업계는 조속한 법제화를 반기면서도 토큰증권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각투자가 수익성이 큰 것도 아니고 안전한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라며 “새로운 상품이다 보니 투자자가 겁을 내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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