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대미 흑자에도…웃지 못하는 까닭

박상영 기자 2024. 4. 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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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결과 따라 보호무역 강화 등 ‘트럼프 리스크’ 우려
미, 중국 제치고 최대 수출국 등극
1년 새 무역수지 흑자 80% 넘게↑
11월 트럼프 당선 땐 제재 가능성
대미 투자·수입 확대 압박 대비를

올해 1분기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 자리를 다시 꿰찼다. 지난해 12월에 약 20년 만에 최대 수출국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뀐 이후 미국이 최대 수출시장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도 80% 넘게 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강력한 무역 제재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565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월간 기준으로는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가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117억달러로, 2022년 6월(123억달러)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회복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품목 판매가 늘어난 점이 주효했다. 디스플레이(16.2%), 컴퓨터(24.5%), 무선통신기기(5.5%) 등 다른 정보기술(IT) 품목 수출도 2년 만에 모두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미 수출액은 109억1000만달러로, 중국(105억2000만달러)을 제치고 미국이 최대 수출시장 자리에 올라섰다. 2003년 6월 이후, 미국이 최대 수출시장이 된 것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에 이어 세 번째다. 이로써 1분기 최대 수출국 자리도 미국이 차지했다.

대미 수출 호조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도 크게 뛰었다. 1분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은 132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2억1000만달러)보다 83.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미 무역수지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445억달러의 흑자를 내면서, 20년6개월 만에 미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 됐다.

이는 ‘반짝 흑자’에 그친 대중 수출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반도체 수출이 늘었음에도 석유화학과 기계 수출 감소로 전년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17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던 대중 무역수지도 한 달 만에 다시 8억8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향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당선되면 무역수지 흑자를 문제 삼아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지난달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500억달러이기 때문에 한국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균 3%대인 미국의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관세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무역 적자 원인으로 한국·일본·유럽·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대미 무역 흑자로 인해 각종 무역 제재 우려가 제기돼 당시 정부가 미국산 셰일가스 구매 등을 확대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대미 직접투자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산 농산물과 원유·가스 등 품목의 수입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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