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팀 순위와 포지션별 공헌도의 관계
본 기사는 2월 중하순에 작성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4년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공헌도는 경기 실적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항목별 가산점과 감점의 차로 산출된다. 본편에서는 KBL이 제공하는 2023~2024시즌 정규리그 기록을 바탕으로 포지션별 공헌도에 관해 조사했다. 공헌도는 A매치 휴식기에 수집했으며,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했다. 공헌도 산출 기준은 아래와 같다.
▶ 항목별 가산점 = (득점+스틸+블록슛+수리리바운드) x 1.0+(공격리바운드+어시스트+굿디펜스) x 1.5 + 출전시간(초) ÷ 240
▶ 항목별 감점 = 턴오버 x 1.5+2점슛 실패 x 1.0+3점슛 실패 x 0.9+자유투 실패 x 0.8
※ 본 기사는 [박도경. "프로농구 공헌도 분석을 통한 승패결정요인 추정." 국내석사학위논문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 2013. 서울]의 소재를 활용 및 인용했습니다.
논문을 한 줄로 요약하면,
‘국내 선수 선발 SF(스몰포워드)와 외국 선수 C(센터)의 공헌도가 경기 승패에 유의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할 수 있다. 해당 논문은 창원 LG가 2009년부터 2012년 정규시즌 동안 치른 162경기를 대상으로 기술통계와 판별분석, 의사결정나무분석 등을 활용해 공헌도를 분석했다. 결론 및 제언 중 하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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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포지션 공헌도가 승패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판별분석 결과는 SF(스몰포워드), C(센터), PF(파워포워드), PG(포인트가드), SG(슈팅가드) 순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F는 음의 구조행렬 값으로 승리에 부적인 공헌도 유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는 SF, SG, PG, PF, C순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의사결정나무분석 결과에서는 5개의 포지션 공헌도 중에서 SF공헌도와 C공헌도가 유의하게 채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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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정리하면, 당시 LG의 승패는 ‘스몰포워드와 센터 공헌도’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소재로 삼아 본편에서는 ‘올 시즌에도 포워드와 센터의 공헌도가 높을수록 승률이 높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팀에 따라 포지션별 공헌도가 어떤지 알아봤다. 포지션은 KBL이 제공하는 3가지(가드-포워드-센터)로만 분류했다. 논문이 발간된 지 10년이 넘었다는 점과 대상이 논문과는 다른 점, 포지션의 분류 기준이 다르다는 점, 특별한 통계분석 없이 직관적인 수치만 이용한 점 등은 본편의 제한점으로 남긴다.
리그 10개 팀의 포지션별 공헌도 합계
위의 표는 10개 구단의 포지션별 공헌도 합계를 나타낸 것이다. 리그 전체 센터의 공헌도 평균은 1756.97이고, 가장 높은 팀은 SK(2546.96)다. 이 부문 최하위 한국가스공사(288.66)와는 9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SK에는 센터 공헌도 개인 부문 최강자 자밀 워니(1605.76)와 베테랑 오세근(719.51)이 있다. 한국가스공사에는 김동량과 신주영, 최주영 등 3명이 센터로 등록되어 있는데, 이들의 공헌도 합계는 나머지 팀의 주전 센터 1명의 공헌도보다도 한참 아래다. 사실상 센터의 공헌도는 기대할 수 없다.
반면, 포워드 공헌도 합계(4366.66)는 리그에서 가장 높다. 포워드 공헌도 부문에서 최하위인 소노(1141.53)와는 거의 4배 차이다. 디드릭 로슨(1617.63)과 강상재(1197.59)를 보유한 DB(4009.83)까지 제쳤을 정도다.
특히, 앤드류 니콜슨(1173.58)은 패리스 배스(1618.05)와 로슨, 강상재 다음으로 포워드 포지션에서 공헌도가 높은 선수다. 이대헌(748.41)과 신승민(726.14), 차바위(607.63)의 공헌도도 포워드 공헌도 부문 1위에 한몫했다. 한국가스공사가 포워드 농구를 한다는 것이 공헌도로 증명된 셈이다.
가드 공헌도 합계 최상위 팀은 소노(2961.65)였다. 이정현(1130.66)의 공의 크다. 이정현은 리그 전체 가드 중 DB 이선 알바노(1267.33) 다음으로 높은 공헌도를 자랑한다. 한호빈(584.38)과 김강선(414.17), 김진유(387.37) 등 3명이나 다른 팀 백업 가드 정도의 공헌도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드 공헌도가 가장 낮은 팀은 현대모비스다. 주전 가드 서명진이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고, 김지완(498.68)과 박무빈(450.74)으로 버티고 있다. 팀 내 가드 1위인 선수가 공헌도 500을 넘지 못하는 건 10개 팀 통틀어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포워드-센터 공헌도가 높으면, 팀 순위도 높을까?
본편에서는 ‘포워드와 센터 공헌도가 높은 팀의 승률이 높을 것이다’라는 가정을 세웠다. 포지션별 공헌도 합계에서 가드 공헌도를 뺀 값을 보면, ‘현대모비스-DB-KT-한국가스공사-KCC-LG-SK-정관장-삼성-소노’ 순이다. 한국가스공사를 제외한 상위 6개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팀이다. [합계 공헌도-가드 공헌도] 값과 팀 순위가 비례하진 않지만, 대체로 포워드와 센터 공헌도가 높은 팀이 성적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계 공헌도-가드 공헌도] 값이 높은 것엔 크게 두 가지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가드 공헌도가 낮은 경우고, 두 번째는 포워드나 센터 공헌도 혹은 포워드와 센터 공헌도가 높은 경우다.
가드 공헌도가 리그에서 가장 낮았던 현대모비스가 포워드와 센터 공헌도가 가장 높은 팀이 됐다. 해당 부문 2위는 DB가 차지했다. 사실 DB는 알바노를 제외하면, 다른 가드들의 개인 공헌도는 모두 300 이하다. 공헌도 기록을 가진 DB 가드는 총 9명으로 가드 공헌도 합계는 1998.20이다. 이중 알바노가 1267.33을 채웠으니, 팀 내 가드 공헌도의 63.4%가 알바노 한 명의 몫이라는 것이다. DB보다 가드 공헌도가 낮은 팀이 한국가스공사와 KT, 현대모비스 등 세 팀이 전부인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DB는 단순히 가드 공헌도가 낮아서 [합계 공헌도-가드 공헌도] 값이 큰 건 아니다. 리그 1위 팀인 DB는 기본적으로 포워드 라인이 튼실하다. 각 팀의 포워드 공헌도 상위 3인의 합계 기록을 보면 ‘DB(3359.67)-KT(2815.47)-한국가스공사(2648.13)-현대모비스(2445.11)-LG(2149.38)-KCC(1852.18)-정관장(1446.8)-삼성(1268.71)-소노(858.68)’ 순이다. DB 포워드 상위 3인방이 압도적인 걸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로슨과 강상재의 공헌도 합은 2815.22로 이 부문 2위인 KT 포워드 3인과 0.25 차이에 불과하다. 즉, 로슨과 강상재는 다른 팀 포워드 3명 이상의 몫을 하고, 두 선수의 공헌도가 승패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합계 공헌도 상위 6개 팀은 ‘DB-현대모비스-LG-KT-SK-KCC’ 순이다. 현대모비스의 순위를 제외하면, 기록 수집일 당시 팀 순위와 상당히 유사하다. 그러나 각 포지션별 공헌도는 실제 순위와 큰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는 건 포워드 공헌도 순위뿐이었다. 포워드 공헌도는 ‘한국가스공사-DB-현대모비스-KT-LG-KCC-정관장-SK-삼성-소노’ 순이었다. 포지션별 공헌도 중 포워드 비율이 67.5%나 되는 한국가스공사와 포워드 공헌도 부문 8위인 SK만 예외로 보면, 6강 진출이 예상되는 팀이 중~상위권에 포진되어 있다. 한 마디로 포워드 공헌도가 높으면, 대체로 팀 성적도 좋았다는 의미다.
한편, 가드 공헌도는 ‘소노-정관장-삼성-LG-SK-KCC-DB-한국가스공사-KT-현대모비스’ 순이었다. 가드 공헌도 상위 세 팀은 실제 하위 세 팀에 해당한다. 본편에서 참고한 논문의 결과처럼 올 시즌에도 가드 공헌도는 승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가드 공헌도가 높을수록 팀 순위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리그 상위권 팀 중 LG와 SK만 가드 공헌도 중상위권을 형성했다. 참고로 LG는 ‘이재도-이관희-유기상’, SK는 ‘오재현-최원혁-김선형’ 등 가드 라인업이 탄탄한 팀들이다.
앞선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팀 순위는 [합계 공헌도-가드 공헌도] 순위와 비례하진 않지만, 대체로 [포워드 공헌도+센터 공헌도]가 높은 팀의 승률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포워드의 공헌도가 승패에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2) 합계 공헌도 상위 6개 팀은 실제 6순위 안에 포함되며, 순위 또한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3) 가드 공헌도가 높은 상위 세 팀은 하위권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가드 공헌도가 높으면 팀 성적이 떨어진다’라고 단정할 순 없다. 공헌도 산출 방식 중 가산점엔 득점/스틸/블록슛/리바운드/어시스트/굿디펜스 등이 반영되는데, 대부분 가드보단 포워드나 센터에 유리한 기록이다. 그렇기에 손꼽히는 활약이 아닌 이상 ‘가드 공헌도가 다른 포지션보다 높은 건 선수 구성이 원활하지 않다. 그래서 승리할 가능성이 작아질 수 있다’ 정도로 넘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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